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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G Oct 10. 2023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

그가 사라진 후 가슴에 병이 생겼다. 그가 보고 싶어 심장이 방망이질을 하고 그를 만나지 못해 가슴에 금이 가고 당신이 그저 아려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병이 말이다. 가만히 그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아련해지고는 했는데 떨어져 있으니 그리움이 병이 되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으로 가슴을 옥죄고는 한다. 가슴이 아파서인지 자꾸 눈물이 난다. 그의 회복만으로도 마음은 감사와 행복으로 가득해야 하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우는 걸 들키기 싫어서 차 안에서 울고 바다 앞에서 울고 그늘에 숨어서 운다. 

울고 나면 진이 빠진다. 눈이 부어서 눈을 뜰 수도 없다. 그런데도 자꾸 운다. 울면서 생각한다, 눈물이 나는 것은 한편으로는 좋은 징조일지도 모른다고. 울 수 있다는 것은 아픔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속이 곪아 터져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울 때는 죽을 것 같이 아픈데 왜인지 울고 나면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슬픔이 눈물로 덜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걷다가 울고 뛰다가 울고 그러다가 주저앉아 울고. 이 불안한 슬픔의 기복은 사랑이 슬프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너무 깊어서 그런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져서 그의 목소리가 담긴 파일을 재생시켜 두고 무작정 도로를 달린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바다에 이른다. 바다에 이르니 터질 것 같이 갑갑했던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다. 검은 바다에 둘러싸여 유행가 가사를 들으며 그에게 내 소식을 전하다. 가사는 온통 사랑을 읊조리고 있다. 사랑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세상이 온통 사랑으로 둘러싸인 계절이다. 나도 사랑을 하고 있으므로 검은 하늘 아래 앉아 내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 그에게 전해본다. 


볼을 타고 

동그란 눈물이 흘러내린다

동그란 그것이 가슴에 닿는다

동그랗고 동그란데

자꾸만 가슴이 따끔거린다  

   

당신의 목소리가

터진 속을 매만진다

목소리에 담긴 숨결이

너무 따사로워

숨이 막힌다

기침이 난다     


눈물이 너무 아파

눈물을 먹어버렸다

당신이 너무 상냥해

당신을 삼켜버렸다

내 사랑이 너무 깊어 

마음을 머금어버렸다   


노란 달이 하늘을 가득 채운 밤

노란빛이 물결처럼 번지는 보름

노란 물결 위에 내가 있다

까만 어둠 뒤에 당신이 있다

물빛이 당신을 비춰낸다

어둠이 노란 바다를 껴안는다 


J H Minerbi_Moon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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