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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G Oct 20. 2023

잠에서 깬 후에야 꿀 수 있는 꿈

지난밤에도 그는 나의 꿈을 방문하지 않았다. 야속한 사람, 이렇게 보고 싶은데. 꿈에라도 나타나 주지. 올해 크리스마스는 꼭 함께하고 싶었는데. 꿈에서라도 만났으면 했는데. 이렇게 보고 싶은데 꿈에서나마 닿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았다. 잠에서 깨자마자 그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만져지지 않는 그의 딱딱한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평온하게 잠들어 있을 그의 심박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손을 간지럽혔다. 눈을 감았다. 그가 나의 손바닥에 사랑의 시를 적고 있는 게 느껴졌다.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의 심장 소리가 귀에 닿는다. 그가 숨을 들이마시면 나도 함께 들이마시고 그가 숨을 내쉬면 나도 함께 숨을 내쉰다. 쌔근거리는 숨이 정수리를 간지럽힌다. 그의 숨이 내 이마에 그리움의 시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죽을 만큼 보고 싶은데, 그걸 죽을 각오로 참고 있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그의 향이 코를 타고 들어온다. 그의 영혼이 내 안에 닿는다. 그의 온기에 감싸여 있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린 건지. 왜 눈물은 멎지 않는 건지. 왜 그가 이렇게 보고 싶은 건지. 그리움으로 전쟁이 난 가슴에 차마 끝을 맺지 못한 그의 사랑의 맹세가 새겨진다. 

"너만을, 영원히 너만을......"

빨갛게 달아오른 볼에서 그의 입술의 감촉을 느낀다. 그게 나를 무너지게 한다. 그리고 나를 다시 일어나게 한다. 

 

Caspar David Friedrich_Man and Woman Contemplating the Moon

이것은 꿈이다. 잠에서 깬 후에야 꿀 수 있는 꿈.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달콤한 꿈. 영원히 깨지 않을 꿈. 그가 불안 없이 편히 잠들어 있을 수 있는 나의 품이 그려낸 무지갯빛 꿈이다. 손을 펴 그 위에 미처 소리 내 말하지 못한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눈물이 손을 적신다. 

사랑이 가슴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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