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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G Dec 08. 2023

맹세

    

계속 걷고 있습니다

맹세, 이 두 글자 사이를

이유는 모르겠는데

마법에 걸린 것처럼

당신으로부터 답신을 받은 날부터 쭉

이 두 글자 사이를 걸었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그 의미에 도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자를 계속 쓰고 있었습니다

두 글자는 신기하게도 

쓰면 쓸수록 흐려졌습니다

획이 더해진 만큼 글은 사라져 갔습니다     


분명히 잘 아는 글인데

쓸 수도 있고

읽을 수도 있는데

계속 사라지고 있어 

그 의미가 뭔지 전혀 모르게 되었습니다

대신 한 사람의 얼굴이 눈동자에 선명히 그려졌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뒤이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떨어진 눈물이 가슴에 닿아 파문이 일었습니다

사랑이 일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움직임이 당신의 사랑의 맹세가 되어 

너덜너덜해진 내 속을 매만져 주었습니다

     

당신이 곁에 있는 것만 같아

가슴에 손을 덧대 보았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습니다

눈동자 속에 당신이 있고

눈앞에는 당신이 아른거렸는데

모두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혼자가 되었을까요?

이젠 걸을 수도 없게 된 걸까요?

당신에게 닿기에는 아직인 걸까요?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모래에 위에 당신의 속삭임이 새겨졌습니다

     

영원히 너만을 사랑할게     


가슴속에서 그리움의 소용돌이가 입니다

소용돌이가 바람을 불러옵니다

바람이 그의 사랑을 바다 위에 새깁니다 

파란 물결 위로 슬픔의 눈물이 포말이 되어 날립니다

격렬한 파도가 당신의 외침이 되어 귀에 닿습니다

두 손에 눈물을 담고 속삭입니다     


영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Georgia O’Keeffe_Black Bird with Snow-Covered Red Hills_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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