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nar G Dec 06. 2023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아픈 것들

여기는 많이 추워. 어깨를 감싸 안고 걷는 연인들이 많이 보여. 차가운 내 두 손을 만지며 당신을 떠올리며 말해.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어? 산책이라도 좀 했어? 푸른 숲에 둘러싸여 당신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을 담아 당신에게 전해. 눈앞에 뭔가가 그려지면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했잖아? 지금 내 눈앞에 보였던 것들이 언젠가 전부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면 나는 아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거야. 나는 늘 당신과 함께니까. 당신 눈에는 지금 무엇이 비치고 있어? 어쩐지 당신이 눈물을 흘리고 내가 당신 볼을 손으로 닦아 주는 모습이 자주 보여. 그래서 당신 눈이 눈물로 채워져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돼. 

9월에 당신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시에 하고 있던 일을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당신이 원한다면 전부 다 접고 당신 곁으로 가야지 했으니까. 그런데 나보다 나의 앞날을 더 걱정하고 응원하는 당신은 침묵했었어. 그게 나를 더 힘들게 하는데도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듯 당신은 매몰차게 나에게서 등을 돌려 섰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인데 당신이 힘든 시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절망이 되어 나에게 닿았어. 울면서 앞으로 나아갔어. 그러면서 생각했어. 소중한 사람을 위해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다고.

꿈에서 당신을 잃는 꿈을 꾸고 일어나 밤새도록 울고, 9월의 통보를 듣는 경험을 거치며 조금은 어른이 되었나 봐. 당신 걱정에 몸이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마음은 차분해. 앞날을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같은 것들을 생각해.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말이 필요할지도 고민하고 있고. 힘들기는 하지만 이렇게 떨어진 채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나아가는 시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가. 

당신이 이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소식을 들은 후, 내가 당신과의 만남을 생각보다 더 진지하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게 되었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던 그 약속이 나에게 이 순간을 버티는 유일한 희망이 되어 남아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그렇다고 해도 아무래도 기다림은 힘든 일이니까 당신 또한 나와 다르지 않게 그리움과 사랑이 만들어내는 파도 속에서 일렁이고 있을 생각이 들 때면 나도 모르게 울게 돼. 그러면 대체 우리에게서 무엇을 의도하고 계신 건가요 하고 계속 신에게 묻게 돼. 신은 무서울 정도로 너무 조용해. 그게 신의 역할이라는 듯 침묵을 고수하고 있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은 사람이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는데도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것은 고문과 다름없어. 또다시 홀로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을지도 모를 당신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을 주게 돼. 그리고는 내가 당신 대신 아파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지. 함께 있으면 좋겠는데 하고 나도 모르게 간절히 바라게 돼.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그런 나의 현실을 마주하게 될 때면 내가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져. 그게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운데도 당신을 꼭 붙들고 견디고 있어. 이 모든 고통을 견뎌내게 할 만큼 당신이 나에게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겠지. 내 사랑만 이렇게 힘든 것인지 세상 모든 사랑이 힘든데 나만 유난을 떠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사랑이 너무 커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이 마음을 잘 마주하고 있어. 그래야 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Gustav Klimt_Sunflower_1908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당신을, 당신의 나를 위한 한 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