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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G Dec 09. 2023

묻고 있다 울고 있다

이 어긋남의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쭈그리고 앉아

손바닥에 하염없이 문제점을 적는다

그런데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서

또 묻는다

뭐가 문제일까


자꾸 자문해 보지만

문제도 답도 모르겠다 

물을수록 투명해져 간다

물을수록 어두워져 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라져 가는 걸까   

  

한 가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감각이 무뎌진다

아무래도 이 사랑의 의미를 지나치게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신을 너무 많이 생각한 것 같다

자면 안 되는데 자꾸 졸린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긴다

    

죽음은 잠을 자는 것과 비슷한 감각으로 온다던데

한 사람을 너무 많이 생각한 것으로 인해

눈이 자꾸 감기는 시간을 걷게 된다

그 속에서 누군가를 너무 깊이 사랑하면 

사랑 그 자체가 내 감각을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눈이 감긴다

앞이 까맣다

차가운 바람이 나를 감싸 안는다

주변은 온통 침묵이다

모든 감각이 이렇게나 생생하게 깨어 있는데

당신은 보이지 않는다


왜라는 단어를 지워야 하는데

질문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면 이 모든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이걸 놓으면 내가 사라질까 봐

이 사랑이 꿈으로 멀어져 버릴까 봐

계속 묻고 있다


왜 이렇게 자꾸만 어긋난 버릴까 하고

왜 이렇게 아플까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은 갈까

왜 이렇게 자꾸 눈물이 날까

왜 이렇게 자꾸 무너져 내릴까

대체 당신과 나는 사랑을 두고 무엇을 한 걸까, 하고


G O'Keefe_Bare Tree Trunks with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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