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 사랑

by Lunar G

흰 손가락이

빈 종이 위를

어지럽게 걷는다.


글제, 사랑

게으른 펜은 말이 없다.


사랑을 생각하니

떠오르는 게 없다.

사랑을 꺼내 보니

보이는 게 없다.


쥐려 하면

사라지고

등 돌리려 하면

가까워지고


사랑은

딱 내가 자란 만큼만

자란다.


사랑을

남길 수 있다는 발상,

그건 인간의 교만이다.

사랑에 대한 모독이다.


Seated Woman with Bent Knee_Egon Schiele.jpg Seated Woman with Bent Knee_Egon Schiele

사랑을 위한 모든

작위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랬더니

널 그리는 마음

하나가 남았다.


사랑,

신기루가 아닌

오아시스였다.


사랑,

남기는 게 아니라

새겨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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