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있는데
걷는 것 같지 않아.
숨 쉬고 있는데
숨결이 느껴지지 않아.
발이 헛돌고
볼이 달아올라.
웃고 있다는데
웃고 있는지도 몰랐어.
기분 좋은 일, 있냐는데
기분 좋은 게 뭔지도 모르겠어.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는 감각만 선명할 뿐,
풍선같이 부풀어 오르는 이 심장이
대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어.
아른거리는 너 때문에
귀를 떠나지 않는 네 목소리 때문에
멀미가 나서
자꾸 웃음이 나.
지구가
날 끌어당기는 걸
깜빡 잊었나 봐.
널 알게 된 후
내 발은 내내
두둥실 두둥실.
땅을 딛고 걷는
감각을 잊어가고 있어.
너로 만들어진
너라는 세상의 중력이
이곳에서 날 비워내고 있나 봐.
차마 입 밖으로 뱉지 못하는
그 감정이 속살거리는 소리,
두둥실 둥둥 두둥실 둥둥
설렘을 표현하는 남루한 소리.
부유하는 발이
허공을 더듬어.
몰캉몰캉 몰캉몰캉.
살, 뼈, 근육
나를 구성하고 있던
모든 무거운 것들이
무게를 잃어가.
지구를 벗어나고 있나봐.
이 땅을 벗어나
너와 나만 존재하는
그 행성으로.
너와 내가 아닌 것들은
모두 멀어지고
넌 점점 더 뚜렷해져 가.
심장이 떨려서
손가락이 저려와.
너에게로 가기 위한
현기증,
기분 좋은
현기증.
두둥실 둥둥
몰캉몰캉.
이 가벼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