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중등부를 맡은 지 오 년이다. 아이들도 많이 늘었고 센터는 많이 안정되었다. 그런데 내 안에선 미묘한 꿈틀거림이 생겼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법인 대표와 면담을 했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참여하든지 남든지 선택은 내 결정이라고 했다. 사흘 정도 고민했다. 옮기기로 했다. 신흥동 떠나기 일주일 전 공부방 아이들과 번개 모임을 했다. 올해 푸. 학을 졸업한 아이들부터 첫 스타트를 끊었다.
뭘 먹지? 뭐 먹을까? 장소를 고르다 보니 야탑역까지 왔다.
"참치 먹어요."
"그거 엄청 비싸."
"그래도 먹어요. 사주세요."
메뉴를 고르다 보니 무려 참치 회다. 별생각 없이 들어가서 가격을 본 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이들도. 한 명만 빼고 나가자는 분위기. 뭐 어때.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스페셜로 4인분 시켜버렸다. 사실 나는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내 돈 주고 사 먹는 참치 회는 코스별로 나왔다. 기가 막히게 맛이 있다기보다는 분위기 잡고서 고급지게 먹은 느낌이다.
"얼마예요?"
"십팔만원입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손이 덜덜 떨린다.
"선생님, 잘 먹었습니다."
"저두요."
"저도요."
"나도 너희들 덕분에 잘 먹었다."
"선생님!"
"왜?"
"이 참에 집도 한 번 가죠?"
"그래요. 삼 년 동안 한 번도 집 구경 안 시켜 주셨잖아요."
"그럴까?"
고급진 저녁식사를 무사히 마친 후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푸른학교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쌤, 우리 땐 참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별로죠?"
"재미만 있었겠냐, 날마다 후덜덜 했지."
졸업생들은 지난 삼 년 동안 신흥동 푸. 학에서 겪은 크고 작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각자의 입장과 돌올한 기억 속에서 다양하게 쏟아냈다.
"하여튼 그 사건 때문에 죽는 줄 알았어요!"
"그때 한 어머니가 파출소에 드러누워 버렸거든"
"정말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됐어요."
"몰라, 나도 기억 안나."
"하하하. 그때는 우리가 철이 없었죠?"
"사건도 많았고 사고도 많이 쳤지만 그래도 우리 때는 정이 많았죠?"
지난 삼 년을 추억하는 눈빛들이 흐릿한 형광들 불빛 아래 초롱초롱 빛난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그때는 차마 아이들에게 말하지 못했던 사건, 사고? 들의 미스터리 하면서도 스펙터클하면서 미저리 한 블록버스터 급 뒷 이야기 들을 찬찬히 들려주었다. 속 시원히.
"하하 재밌다"
"되게 재밌다."
"헐, 그런 일도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쌤, 우리 삼 년 동안 참 별일 많았었네요."
"다른 것도 더 말해주세요"
"마~그럼 오늘 밤 새도 모자랄 텐데.."
"그럼 우리 오늘 밤새요."
그렇게 오늘 졸업생들과 정신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더니 밤 10시가 넘었다. 첫 스타트는 좋았다. 근데 첫 모임 치고 출혈이 너무 크다. 아직 두 번 남았는데 벌써 소문이 돌았는지. 다음날...
"쌤! 우리도 참치."
"쌤, 오빠들만 사주고. 우리는 요."
이번 달 내 월급 통장은 마이너스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