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모처럼 고민 없는 휴일이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차량용 핸드폰 거치대가 부러 진지 오래다. 길치라서 가끔씩 모르는 장소를 갈 일이 생기면 상당히 불편하다. 이마트에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어머니가 오신다. 둘째 아들 집 청소하러 오신 줄 알았더니 집에 커피가 똑! 떨어졌단다.
"커피 한 잔 마시러 왔지."
요즘 삼겹살이 먹고 싶다. 마트에 가면 좀 싸겠지! 하신다.
"오랜만에 마트에 가실래요?"
"그럴까. 바람도 좀 쐬고."
사려고 했던 핸드폰 거치대도 튼튼한 걸로 사고 지하 식품코너에 들러서 삼겹살을 사려는데 웬걸 삼겹살 가격이 만만찮다. 1근에 만 삼천 원이다. 네 식구 먹으려면 2근은 사야 하는데.
“1근 반만 주세요.”
"이만 원입니다."
"그거 말고 안쪽에 있는 걸로 주세요."
그게 더 신선해 보이긴 했다.
"그냥 동네에서 살 걸 그랬다"
집에서 저녁상 차려지기를 기다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어느 틈에 동생이 와서 깨운다.
"형, 저녁 먹어"
시골(부안) 멀리서 떨어져 살 때는 몰랐는데 집이 가까우니 이런 건 참 좋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가 요란하다. 상 위에는 고추며 마늘, 기름장이 차려져 있고 금방 구워낸 삼겹살에서는 기름기가 좔좔 흐른다.
"이야!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
형이 한 입 먹으며 감탄한다. 나도 한동안 고기를 먹지 않아서 그런지 삼겹살이 정말 입에서 살살 녹는다. 2근 살걸 그랬나? 후훗. 말없이 삼겹살을 먹던 막내도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아! 행복해하며 좋단다. 핼쑥하던 녀석이 요즘 얼굴에 부쩍 살이 올랐다. 내내 삼겹살을 굽기만 하시던 어머니도 몇 점 남은 접시 위의 고기를 상추에 싸서 드시더니 고기가 정말 맛있다며 드신다. 삼겹살과 행복. 이만 원 정도만 있으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2014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