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G샘에게 전화가 왔다. G 샘은 전임 시설장이었다. 며칠 전 J의 사정을 말했더니 그동안 분주했었나 보다. G샘은 나보다 J를 더 잘 알고 있었다.
"냉장고 구했어요."
"잘 됐네요."
냉장고를 주겠다는 분이 내 자취방 근처여서 월요일 오전에 만나기로 했다.
주말에는 행복 도시락과 연계하여 도시락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월요일 오전에 봐요."
집 근처였다.
G샘과 함께 냉장고를 받았다. 크지 않아서 조그만 차에 들어갔다. J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아직 학교에 있었다. 저녁에 G샘이 다시 갖다 주기로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몇몇 사람들에게 J의 사정을 말했다.
"그냥 내버려 둬."
"한번 크게 당해야 해."
J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분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들은 이미 내가 겪은 일들을 수차례 겪었단다.
"어쩔 수 없어. 자꾸 의타심만 키우게 돼."
이따금씩 공부방에 오면 J는 가능하면 많은 것을 얻어 가려고 했다.
"쌀 좀 더 가져가도 돼요? 콜라 좀 더."
다른 아이들은 부러 싸주어도 싫다고 하는데 J는 이미 그런 상황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J의 눈빛은 부끄럽거나 창피하다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것들은 사치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어떤 선생님은 우울증이 그렇게 나타나는 거라고 했다. 그런 J에게 쌀과 반찬을 챙겨주면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쩌면 욕심이다. 돈이나 물질에 속박당하는 그런 욕심이 아니라. 사람, 사람을 채우려는 욕심이다.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정이든 인정이든. 그래야 내가 힘이 덜 들 것 같다.
2009년 1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