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잎소설]백수와여자

by 김인철

(제 9 화 : 내기 당구)


[백수]


첨부터 놀러 가자고 하긴 그렇고 술이나 한잔 하자니까 노란 국물도 좋단다. 여자네 집 근처로 약속 장소를 정했다. 술을 먹긴 좀 이른 시간이었다. 당구 칠 줄 아냐고 물었더니 이 여자 쫌 친단다.


“푸헐... 지가 치면 얼마나 칠라구.”


큐대를 잡고 기세 좋게 내질렀는데 컥~ 삑싸리다. 여자가 피식 웃는다. 쪽 팔렸다. 여자 차례다. 자세가 잘 안 나오는 위치라 자세 잡아 줄라고 했는데 이 여자 정말 잘 치나 보다. 큐대를 허리 뒤로 자연스럽게 돌리더니 엉덩이를 당구대에 걸치고 연거푸 공 네 개를 맞힌다.


“졌다(졸라 잘 친다).”


여자가 마지막 공을 치려고 몸을 숙이는데 파인 옷 속으로 가슴이 사알짝~ 드러난다.


“헉~탐스럽다!”....-.-


쿵쿵 쾅쾅. 천장에서 큐피드가 300톤짜리 망치로 내 머리를 내리찍고 있었다.


“하나님, 잘 못 했어요.”


내리 두 판을 졌더니. 오기가 생긴다. 술내기를 하자고 했다. 여자도 좋단다. 내가 이래 봬도 내기 당구에선 져 본적이 업거덩. 내리 두 판을 이겨버리고 마지막 판도 공 한 개만 맞히면 이긴다. 근데 이 여자 얼굴이 완전 똥 씹은 표정이다.


“구래 내가 져 주마!”


대충 툭 건드렸는데, 지랄 맞게 들어가 버렸다. 아웅, 이겨버렸다. 원래 당구라는 게 변수가 많은 거거던. 쩝... 져 줄라 그랬는데, 그렇지만 술은 내가 산다.


[여자]


놈이 술 마시기엔 시간이 이르다고 당구를 치잔다. 예전에 사귀던 남자애가 당구 광이었다. 다마가 한 500 정도 된다고 했던가? 그러면서 그 정도 경지에 오르려면 당구장에 소 한 마리는 갖다 바쳐야 한단다. 암튼 남자들도 300 이상이면 좀 친다고 하던데, 난 200 정도 될 거란다. 넘이 자기는 120 친다면서 나보고 다마가 얼마냐고 물어본다. 사실대로 말하면 놀래 자빠질 것 같아서 80 정도 친다고 구라를 쳤다. 놈이 잔뜩 폼을 재며 포켙볼로 치자고 한다.


“아니에요. 사구로 쳐도 돼요.”


“정말요? 사구는 첨엔 어려운데 칠 수 있겠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비 놈 잔뜩 폼을 잡고 치는 뽄새가 왠지 불안하다. 호호호, 그럼 그렇지 삑싸리다. 겉으론 살짝 미소만 지으며 속으로는 맘껏 비웃었다. 내 차례다. 첨부터 너무 잘 치면 안 되는데 이런 된장, 대충 쳐도 막 들어가 버린다. 어머,어머..왜 이러죠. 슬쩍 보니 놈 입이 떡 벌어진다. 연거푸 두 판을 이겨 버렸다. 놈이 오기가 생기는지 술내기를 하잔다. 좋다. 남자는 어느 정도 승부욕이 있어야지. 헉~ 근데 이놈 갑자기 당구대 위에서 막 날아다니더니 내리 두 판을 이기고 이제 마지막 판이다. 마지막 남은 공하나, 놈이 칠 차례이다. 근데 왠지 들어갈 것 만 같다.


“들어갔다!(놈을 너무 얕잡아 봤나...-.-)”


놈이 미안했던지 술은 자기가 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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