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화 : 문화제 그리고... ]
[남자]
제기랄, 감기가 심하게 왔다. 몸살인 모양이다. 며칠 전 파파이스에서 본 면접 결과는 아직 모른다. 카리스마 짱! 시설장님도 별 말이 없다. 근데 자꾸 내 시선을 피한다. 혹시 나! 불합격. 설마. 내일이 푸른학교 문화제인데. 컨디션이 영 꽝이다.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는 긴장으로 온몸이 돌덩이에 불덩이 같다. 다음날 아침, 몸살기가 더 심하다. 나! 무대 울렁증도 장난 아닌데. 약을 먹어도 기침이랑 열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수아 씨는 올까. 아직 답이 없다. 물론 안 오겠지. 그래도 혹시나. 올까! 아이들도 긴장을 했는지 리허설 도중 대사 까먹고 동선이 하나도 맞질 않는다. 연출 초짜인 나는 무대의 동선이나 '핀 마이크' 사용법도 모르고 있다. 연극을 십분 안에 마쳐야 하는데 이십 분이 훌쩍 넘었다. 본부석 분위기가 음..거시기 쪼끔.....쎄하다. 머리는 지끈지끈 거리고 콧물은 흐르고 공연을 망치면 어쩌나 완전 심장 위장 애간장 쪼그라들기 일보직전이다. 아!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 걍~ 휘리릭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까. 예전의 비겁한 나로 다시 돌아갈까. 사람들은 분주하고 나만 바보처럼 멍하니 본부석에 서있다. 리허설을 지켜보던 시설장님도 표정이 심상치 않다. 왕 부담. 부담.ㅠ.ㅠ
[여자]
이번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소개해준 친구도 이번이 마지막이란다.
"수아야 이젠 그 오빠 잊을 때도 되지 않았니? 언제까지 그 상처 안고 살아 갈거니? 니 잘못 아니잖아. 그날 니가 가자고 한 거 아니잖아. 그건 사고였어. 죽은 오빠 닮았다는 혁인가 하는 남자도 잊어버리고 이젠 새로운 사람 만나. 헛다리 집는 사랑은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니."
이번에도 퇴짜(?) 놓으면 백장미파 모임에서도 쫓아내겠단다. 나쁜 년. 지가 나를 얼마나 안다고.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서로 상처 받고 상처 주기 싫어서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마음을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유난히 춥던 겨울 어느 폭설이 내리던 날 설악산에서 허락도 없이 죽어 버린 그 사람은. 모든 사랑이 그렇겠지만 내 사랑은 늘 폭풍우 속의 갈대 같았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우리 영화 볼까요? 영화 보고 맛있는 거 먹어요."
소개팅남에게 문자가 왔다.
"혹시 이번 주 금요일 아이들 발표회에 올 수 있어요? 꼭 보여주고 싶은데"
제비에게도 문자가 왔다. 하필 둘 다 이번 주 금요일이다. 지난번 시상식도 못 갔는데. 아우 어떡하지? 어떡하냐고...
[미안해요. 아무래도 못 나갈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