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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부족하다

목표가 생기긴 했어

by 그리여

막내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려와 달리 2주 넘게 잘 다니고 있다.

때로는 피곤해서 축 처져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조잘조잘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서이 : 업무 하면서 느낀 거는 한없이 부족하다 1인분만 하자! 그래도 막상 뭔가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재미있는 게 있어. 재미는 있는데 어려운 부분이 생기니까 거기서 막히는 거지

알고 싶은데 또 어려워! 그래서 이 일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맘 : 알아가는 과정

서이 : 응 그냥 알아가고 있고

맘 :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더 알고 있지 않을까

서이 : 그렇긴 하겠지! 그래도 그냥 뭐 하나라도 해보자! 그런 느낌이지


맘 : 2주 전의 너와 비교한다면

서이 : 2주 전의 나와 비교한다면?

맘 : 지금의 나는? 흠..

잠시 생각하더니,

서이 : 여전하다

맘 : 그렇구나! 근데 뭔가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면?

서이 : 이제 그나마 돌아가는 체계를... 하나의 쳅터를 알았다.

맘 : 오! 2주 만에 그 정도면 장진한 발전인데

서이 : 내 소견이야

맘 : 니 소견이라도 니 스스로 그렇게 느낀 건 좋은 거지


서이 : 하지만 부족해

맘 : 당연히 부족하지. 언니가 그러더라 서이는 이제 며칠 됐다고 부족한 타령을 하고 있냐고. 부족한 게 정상인데,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아직도 모른다는 거야? 이러는 거야. 그러니까 엄마도 그게 답답하기는 한데 자기가 뭔가 옳지 않은 일을 한다는 듯이 얘기하더라.랬더니 언니는 그건 아니다!라고 하더라

서이 : 그건 아니긴 한데.. 어쨌든 절세를 해야 하고, 신고를 하고, 남의 회사 돈의 흐름을 다루는 일을 하니까 사람이 예민해지고

맘 : 그니까 서이가 목표를 세우고, 목적의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언니가 그러더라고

서이 : 목적의식? 목적의식이라고 하면은 생기긴 했어. 1년만 버텨서 일단 그 이후에 공부를 좀 더 하자. 돌아가는 체계는 알고 공부는 해야 될 거 같은 거지! 돌아가는 체계도 모르고 공부하면은 이전과 똑같을 거 같거든

맘 : 2주 만에 이 정도 자신을 안다는 건 대단한 거 아냐? 원래 1년이 되어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못 깨닫거든

서이: 글쎄...... 아! 그러고 나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구나! 라는걸 깨달았어. 왜냐하면 같이 들어온 동기가 있잖아. 난 거기 있는 사람들의 말투와 숨소리 이런 거 하나까지 웬만한 건 다 캐치하거든! 근데 그 친구한테 얘기하면 그 친구는 전혀 몰랐대. 아~ 눈치 빠른 내가 너무 싫다 피곤하다!라는 생각을 해. 눈치가 너무 빨라도 문제인 거지. 빠른데 눈치를 많이 보는 타입이라서 더 문제인거지


맘 :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뭐랄까 누군가의 눈치를 본다는 건 눈치를 진짜로 보는 게 아니고, 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상대를 살피는 게 아닌가 하는 거지. 안하무인인 사람은 눈치를 안 보잖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지. 회사 다니다 보면 그런 사람도 가끔 있어. 그런 사람을 보면 그냥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

서이 : 그런가! 아무튼 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막내는 누가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눈치를 본다. 그래서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신경 쓰는 듯하다. 자기가 누군가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기 싫어서 그런 거 같다.

사실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뭔가 원칙에 어긋하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잘 울고 여리기도 하니까 더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출근 안 하겠다고 울면서 힘들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2주 만에 이렇게 성장하다니 기특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엄마로서 지켜보는 게 설렌다

물론 본인은 힘들겠지만...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알았으니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

잘하고 있구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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