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 지옥을 무사히 넘긴 막내가 생기 잃은 얼굴에 팔을 늘어뜨리고 지친 모습으로 들어온다.
서이 : 아 나 오늘 지하철에서 침 흘리면서 잤잖아
두리 : 윽 마스크는 하고 있었지?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큭큭
서이 : 당연하지!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휴! 하고 머리를 쓸어 올리는 막내가 귀엽다
서이 : 이런 날도 있었어 갑자기 배가 아픈 거야 식은땀이 막 나고 엄청 힘들어서 달려갔지 와 근데 화장실 줄이 왜 이렇게 길어? 망했다!! 결국은 포기하고 회사로 잰걸음으로 뛰어가서 해결했지
맘 : 큰일 날 뻔했네
서이 : 그 와중에 화장실 앞에 의자가 있는데 자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거야
두리 : 왜 화장실 앞에서
서이 : 거기 의자가 좀 편해 보이기는 해
맘 : 저런 얼마나 피곤했으면
서이 : 아마도 너무 일찍 도착해서 회사 들어가기 전에 잠깐 조는 게 아닐까 싶어
맘 : 그럴 수도 있겠다 늦게 나오면 힘드니까 아예 일찍 나와서 지하철을 타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 나도 그래서 빨리 나간 적이 많거든
서이 : 나는 걸어가면서 자는 법을 터득했어
두리 : 난 눈 뜨고 자면서 일한 적도 있어
맘 : 자면서 어떻게 일했어? 괜찮았어?
두리 : 엉망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습했지 하하
피곤하지만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직장인이 다 그렇지
이런 상황은 누구나 다 경험해 봤으리라
하루 종일 뭐 하다가 퇴근하려고 하면 회의한다고 하는지 왜!!
거래처는 어째서 항상 퇴근할 시간에 급하다고 일을 마무리해 달라고 할까! 일은 근무시간에 해야지 종일 시간이 많았는데 퇴근시간에만 급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며 '내 바로 처리해 드릴게요' 하면서 끊어 오르는 속을 누르며 일을 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배를 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수다를 떨면서 공감하고 욕하고 웃었다 화냈다 하면서 풀어보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가면서 가슴속에 품고 있던 사직서를 주머니 깊숙이 박아 넣는다.
이른 아침 지옥 같은 대중교통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생각한다.
'아 이 눔의 회사 그만둬야지!!' 항상 생각하고 실천은 상상에서만 하게 된다.
이제 출근인데 퇴근하고 싶다고 격하게 갈망한다.
피곤이 몰려오는 목요일.. 왜 아직도 목요일인거지! 괜히 하루 더 남은 금요일을 째려보며 주말을 그리워한다.
퇴사를 하지 않기 위한 구실로 물건을 살 때 일부로 할부로 구매하기도 한다.
'저거 갚으러 다닌다' 하는 각오쯤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러다 한 달을 채우면 월급이 나오고 그 월급을 보면서 금융치료를 받는다.
물론 그렇다고 믿고 싶은 거지 금융치료가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텅장~
만져보지도 못하는 돈이 통장 안에서 여기저기 빠져나가는 고통을 홀로 감내한다.
왜 이렇게 내 돈을 빼가는 곳이 많은지
그래도 벌었기에 안정적인 한 달을 안심하며 또 열심히 일해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
힘든 순간마다 늘 사람이 문제다.
남에게는 별로인데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 있고, 남에게는 좋은데 나는 별로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 속에서 스멀스멀 묻어 나오는 질투와 경쟁구도에 지쳐간다.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어느 사이엔가 누군가의 경쟁상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지쳐가게 한다.
일은 잘하는데 쌀쌀맞은 사람, 일은 못하고 사고만 치는데 괜히 짠한 사람
온갖 성향의 사람들이 섞여서 일을 하다 보면 동료라고 생각한 누군가로 인하여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래도 직장은 몇 %의 누군가가 열심히 해 주니까 잘 굴러가는 것이 아닐까
'네가 있어 감사하다'라고 생각해 주면 좋을 텐데 그게 또 쉬운 것이 아닌 듯하다.
그래도 오라는 회사가 있어 오늘도 출근한다.
피곤함에 두 어깨는 늘어지고 때로는 지쳐서 겨우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는 직장은 웬수이기도 하고 은인이기도 한 인간처럼 그렇게 사람들을 싣고 끊임없이 달려간다.
그 안에서 보호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치열하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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