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사라졌다
월요일부터 야근한다는 말을 들어서 오늘부터 늦겠구나! 했는데 막내가 어정쩡하게 일찍 들어왔다.
"오늘부터 야근이라고 하지 않았니?"
"본부장님이 직원들을 데리고 식당으로 가시더니 초밥을 사 주셨어"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회식이라 무슨 일이지 했는데
“다들 내일부터 야근이니까 잘 하자”
라는 취지의 회식이었다는
그렇지 회사에서 하는 일에 그냥이 어딨어! 그래도 먹여놓고 야근을 시키시네!라는 생각을 했다.
예견되었던 야근이 확정되었다.
막내가 회사를 들어가고 나서 첫 야근을 하게 되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지
그동안은 칼퇴해서 왔기 때문에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매일 밖에서 먹고 들어오게 되었다.
맘 : 야근을 해보니 어때?
서이 : 평소에는 6시가 조금만 넘어도 왜 안 끝나지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그런 생각만 했는데 어차피 야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되려 마음을 비우게 되었어
맘 : 저녁은 시켜 먹니
서이 : 아니 나가서 먹어
맘 : 야근할 때는 먹는 게 남는 거라는 말이 있어 잘 챙겨 먹고 일하렴
서이 : 정해진 금액으로 먹으려니 먹을 때가 별로 없어 그쪽은 음식값이 너무 비싸
야박한 식사비용에 무서운 물가에 고생이 많다. 그래도 옛날에는 야근하면 밥은 잘 먹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빡빡한 세상이 되었나 보다. 일을 시키려면 잘 먹이고 시켜야지 흠..
맘 : 주말에도 나가니까 힘들지
서이 : 어차피 하기로 한 거라 그거는 괜찮은데 토요일에 출근하면 유령도시 같은 거야 먹을 때가 없어 카페도 문을 닫아! 회사 근처라 그런지 문을 여는 데가 아무 데도 없어
맘 : 밥은 어떻게 먹어?
서이 : 김밥 파는 곳은 문을 열어. 오히려 일요일은 좀 나아 엄청 큰 교회가 근처에 있는데 그 교회 때문에 문을 여는 식당들이 많대 교회가 거의 기업 같아 트리도 겁나 크더라! 토요일은 거의 죽은 도시야
맘 : 아빠도 가끔 토요일에 회사 나가면 거기는 밥을 먹을만한 식당이 문을 열기도 하나 보더라
그런데 너네 회사 근처는 더 심하구나
서이 : 아빠도 회사 근처면 갈 때 없을걸?
맘 : 그래도 몇 군데는 열 걸?
아빠 : 우리 회사 근처는 토요일에는 점심 장사 정도는 해
서이 : 아 진짜?
맘 : 잠깐은 해 준다는 거네
서이 : 여기는 김밥 파는 곳 정도?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야근하고 주말 출근에 막내 얼굴 보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오더니,
서이 : 엄마 힘들어 매일 밖에서 밥 먹는 게
맘 : 일은 힘 안 들고?
서이 : 일은 어차피 막내라 그리 많이 시키지는 않아 그냥 내 일 처리만 하면 되는데 집밥을 못 먹으니 속이 너무 안 좋아 김밥 너무 지겨워
맘 : 에고 어쩌냐
서이 : 엄마 일요일은 조금 늦게 나가
맘 : 그래? 그럼 밥 먹고 나가렴
평소에는 출근하기 바빠서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그게 늘 마음에 걸린다.
간식을 챙겨주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바쁘면 먹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서이 : 아! 엄마가 해 준 집밥 먹으니 너무 좋아 바로 이 맛이지
맘 : 우리 막내 고생이 많네
서이 : 엄마밥을 먹어야 속이 편해 이제 김밥은 너무 싫어
맘 : 고생이 많구나 딸! 배가 불러야 배짱도 생기고 일할 힘이 나지!
서이 : 맞아!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막내는 밥을 맛있게 먹고 일요일이라 느긋하게 출근하였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제대로 못 먹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
처음 야근을 하는 거니까 힘이 들었을 텐데도 꿋꿋하게 잘 해내고 있다.
서이 : 엄마! 한 달이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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