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힌다 왜 적응이 안 되는 건지
서이가 출퇴근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느낀 점을 조잘조잘 풀어놓는다.
울면서 출근 안 하겠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힘이 들어도 대견하게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면서 잘 다니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지하철을 빼고 살 수는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하철은 혈관처럼 서울의 구석구석 알뜰하게 연결해 놓았다.
혈관은 터질 듯 쿨렁거리며 달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세포처럼 실려서 다니고 있다.
왜 이리 차가 많은지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지만, 개인적으로 웬만하면 타고 싶지 않다.
지하로 지하로 깊이 들어간 노선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너무 힘들다.
미로 찾기처럼 복잡하고 길게 연결된 환승구간에서는 다리가 뻐근하다.
물론 선택의 여지가 없이 타야 하는 순간이 더 많지만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다.
가끔은 지상에서 달리는 지하철을 타고 한강뷰를 볼 때 멋지기는 하다.
노을이 지는 도심의 한강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분잡한 도시는 어둠으로 사라지고, 붉은 노을로 물들면 은은한 빛을 발하며 드러난 한강은 신비스러워서 눈이 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감상을 하기에는 너무 피곤하다.
객실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만, 다음 정거장에서 또다시 사람들이 탄다. 서로 부딪히고, 가방이 눌리고, 손잡이를 잡을 여유조차 없이 서로의 어깨에 기대 서 있게 된다. 어떤 이들은 핸드폰을 겨우 손에 쥐고 뉴스나 웹툰을 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강남, 서울역, 여의도 같은 주요 비즈니스 지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이미 만원이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피곤한 직장인들은 서로에게 빈틈없이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겨우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눈을 감고 졸거나,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팔짱을 낀 채 휴식을 취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풍경은 언제부턴가 많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느라고 숙인 사람도 있지만 거의가 핸드폰을 보느라고 그런 것이다.
마치 핸드폰이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싶게 집중하고 있다.
눈이 몹시도 피곤하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난 보는 것보다 듣는 것을 택한다 음악이 들리고 눈앞의 풍경을 보고, 물론 고개 숙인 사람들만 보지만 그래도 가끔 광고도 보고 눈을 감고 감상도 하고 나름 지하철에서 지루함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서이 : 엄마 내가 출근하면서 알게 된 게 있어.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어
맘 : 무슨 일이 있었길래
두리 : 지하철을 타면 내가 서 있는 사람 양옆에 사람 다 내림!
맘 : 그거는 모두가 느끼는 마음
서이 : 내가 다른데 찾아서 서 있으면 그 사람 내림. 그리고 내가 이 사람 안 내릴 거 같아서 살짝 옆으로 옮기면 그 사람도 내림. 그래서 늦게 탄 사람이 거기 앉음
두리 : 그래서 난 그런 킹 받음을 느끼기 싫어서 한번 서 있었던 그 자리에 그냥 계속 서 있어
서이 : 처음에 그래서 여기 설까 저기 설까 하고 생각하다가 여기 서면 저기 사람이 내리고
맘 : 아 자리 전쟁
두리 : 그래서 난 살짝 애매하게 사이에 껴 있어. 그래서 앞에 사람이 일어나면 잽싸게 앉으려는 거지 두 명을 보는 거야
서이 : 나도 그렇게 서 있다가 사람이 많아지니까 밀리는 거지! 결국에는 한 명 앞에 서야 된다는 말이지 그때 선택을 잘해야 되는데 이렇게 저렇게 눈치 보다가 잘못 서 가지고 젠장!!!! 헤헤
맘 : 엄마는 어떤 힘센 사람이 밀면서 안 들어간다고 어찌나 소리를 지르던지.. 그래도 밀리면 못 내릴 거 같아서 버틴 적도 있었어. 도대체 왜 그렇게 힘이 센 거야! 봉을 잡고 있던 손이 파르르 떨려서 혼났던 기억이 있어
서이 : 엄마 난 오늘 졸다가 침을 흘렸지 뭐야
맘 : 저런! 많이 피곤했구나
서이 : 그래도 다행인 게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그나마 창피한 상황은 면했어
맘 : 괜찮아 아무도 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거야 너도 그렇겠지만
서이 : 그건 맞아! 퇴근길 지하철은 아침과는 또 다른 풍경이야. 하루 종일 업무로 지친 직장인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지하철에 몸을 싣지. 나도 그중 한 명이고. 카톡, 유튜브, 넷플을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흔들리는 차 안에서 사람들에게 꽉 끼여있는 상태인지라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도 힘이 들어
맘 : 음악을 듣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 눈은 쉬어야지 하루 종일 컴 보느라 피곤했을 텐데
서이 : 맞아 그래서 음악 듣다가 조는 거야 침까지 흘리고 헤헤
두리 : 난 서서 자는 법을 터득했어 눈 뜨고도 잘 수 있어
서이 : 헐 나도 언젠가는 그런 경지에 오르겠지
아이들이 지하철에서 얼마나 시달릴지 아니까 안쓰럽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견뎌야 하는 일상인 것을..
내가 힘이 든 건 괜찮은데 아이들이 힘들어 보이면 왜 그렇게 마음이 쓰이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아서 잘하고 있는데도 괜한 노파심이 생긴다.
서울 지하철 출퇴근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루의 시작과 끝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막내가 지옥철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섰을 때 편안함으로 또 다른 에너지를 충전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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