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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신호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신호

by 그리여

2025.04.08. 화요갑분 글감


-------; 신 호 ;-------


끔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문득 할 때가 있다.

찬거리를 사려고 장을 보다가 생각지도 않는 식재료에 눈이 간다 '이걸 사서 해볼까' 하고 뜬금없이 계획에 없던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

원래 충동구매를 잘하지 않는 편인데 그냥 그런 날이 있다.

갑자기 준비한 재료로 음식을 해 놓으면 딸이 와서 '와 나 이거 정말 먹고 싶었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어떤 신호를 주고받은 것인가


또 어떤 날은 엘리베이터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면 '저 냄새가 우리 집이었으면' 하고 생각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편이 환하게 웃음 짓는다. '우리 집이었네 마침 먹고 싶던 참이었는데...'

'그럴 줄 알고 해 놓았지'

냄새가 신호가 되어 배속을 자극하고 침샘을 자극한다.

이보다 더 본능을 일깨우는 신호가 또 있을까 싶다.


이런 경험을 한두 번 하는 게 아니고 여러 번 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직도 탯줄이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내편과 오래 살다 보니 저절로 알아지는 것인가 뭐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특히 텔레파시가 잘 통하고 그다음이 피붙이 자매인 거 같다.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가끔 무슨 신호를 받는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옷을 입으려고 보면 그 옷을 동생이 입고 가고 '저거 먹어야지' 생각하고 있으면 '그거 먹을까'라고 물어본다.

보이지도 들리도 않았지만 알 수 없는 그 어떤 주파수로 신호를 주고받았던 것일까


내가 받아본 신호 중 가장 강력한 신호가 태동이었다.

아이는 끊임없이 '나 여기 있어'라고 신호를 보낸다.

꿈틀대다가 무언가가 불뚝 튀어나와서 보면, 손인 듯 발인 듯한 게 쿨렁쿨렁거리고 잡힌다.

가만히 손을 대보면 움직이지 않는다.

손끝으로 전하는 신호를 서로 받아들이는 시간인 것 같다.

살면서 많은 신호를 받아보았지만, 그때만큼 강한 신호는 살면서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어제인 듯 그 느낌이 손끝에 생생하다.


서로의 주파수가 맞아서 신호를 주고받으며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행동한다.


나의 신호가 오늘은 누구에게 전해질까

그 신호를 받고 움직일까



#화요갑분

#신호 #느낌

#텔레파시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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