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을 만나다
소백산은 광활한 능선의 초원과 관목지대로 장관을 이루고 천연기념물인 주목과 고산식물 및 겨울에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고산 철쭉 군락지는 수백 년 이상 된 자생 철쭉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능선을 따라 비로봉으로 걷다 보면 알프스산맥의 평지처럼 이국적인 풍경이 경이로워서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지금보다 등산로가 덜 정비되어 있었고, 자연 그대로의 숲이 더 울창하고 특히 소나무, 참나무, 전나무 등이 빼곡하게 자라, 사계절 내내 멋진 경관을 보여준다.
허리 위로는 돌이 없고, 멀리서 보면 웅대하면서도 살기가 없으며, 떠가는 구름과 같고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무런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형상이라서 많은 사람을 살릴 산이다.
- 조선 중종 때의 천문지리학자 남사고 -(네이버 지식백과)
등산하다가 만난 친구들과 의기투합하여 소백산 등반을 계획하였고, 산이와 목영이는 서울에서 일찍 출발하여 친구들과 합류했다.
이번 산행은 야영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게 목적인지라 일찌감치 좋은 자리에 텐트를 치고 먹거리를 준비하였다.
지금은 야영을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지만 예전에는 산에서 야영하는 게 지금보다는 훨씬 자유로웠다.
텐트 안에서 가스등을 켜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밖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짐승 소리 같은 게 희미하게 들렸다.
산짐승인가? 살짝 긴장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잠깐 동안 스친다.
밖은 어둠이 내려앉은 지 오래고 누가 올 사람도 없었던지라 모두 긴장하여 텐트를 살며시 열어보다가, 텐트는 달랑 우리뿐이고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뭔가 어른거려 렌턴을 비춰보니 곰새끼 같은 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넌 누구냐”
모두가 놀라서 내다보니 곰이다? 아니 강아지 새끼였다.
이 산속에 강아지가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마치 곰처럼 털이 복슬복슬하고 통통하게 생겨서 우린 일단 이 녀석을 곰이라 불렀다.
“곰아 넌 어디서 왔니 근처에는 마을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곰은 낑낑거리며 우리에게 머리를 비비며 치대었다.
“이 녀석 보게나 겁을 안 내는군”
먹을만한 걸 뒤적이다가 별다른 게 없어서 밥을 주었더니 배가 고팠는지 잘 먹는다.
“너 집이 어디냐 얼른 가 주인이 찾겠다”
이 녀석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밤은 깊어 혹시라도 다른 짐승에게 해를 당할까 싶어 할 수 없이 텐트 안에서 재우기로 하였다.
다음날 새벽에 등반할 채비를 하고 나서는데 곰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따라오면 힘들어 우린 산을 넘어갈 거야 얼른 네 집으로 가”
아무리 쫓아도 가지 않기에 그냥 두었더니 곧잘 따라왔다.
우리는 걱정이 되었다 산이 높아질수록 힘들 텐데 그리고 데리고 간들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다.
묵묵히 따라오는 걸 보니 귀엽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굳이 따라오며 저 고생을 하는 건지 미련하기가 곰 같군 곰 맞네"
우리는 서로 누구랄 것도 없이 곰을 챙기면서 산행을 이어갔다.
비로봉(1,439m)과 연화봉(1,394m)에서는 안개가 자욱한 운해가 펼쳐져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소백산의 겨울! 신비로운 설경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눈 덮인 능선과 나무에 핀 상고대(서리꽃)는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그 당시에는 등산 장비가 발달하지 않았지만, 겨울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이 또한 겨울산행을 즐기는 지라 감동이 밀려온다.
"이 맛에 산에 오는 거지 암"
지금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곳이라 현지 주민이나 자연을 즐기는 일부 등산객들이 주로 찾는 곳. 주민을 따라왔다가 주인을 놓친 것인가? 걱정과 달리 곰은 잘 따라왔다.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데 어쩔까 고민하면서 여기저기 전화해 보니 다행히 한 친구가 자기가 돌보겠다고 하여 데리고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내내 차 안에서 곰은 멀미를 하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먼 길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겠지
서울까지 가는 길은 사람도 힘든데, 긴 시간 동안 차로 달리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차 창문을 열어주고 얼굴을 밖에 살짝 내밀어서 공기를 마시게 해 주었다.
"곰아 너 정말 여길 떠나도 되는 거니"
아무런 미동도 없이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고 있는 곰의 털을 어루만졌다.
고생 끝에 곰은 서울에 입성하였고, 사람을 가리지도 않고 이렇게 잘 따라오는 녀석을 내 생애 산행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어머나 귀여워라 고마워 내가 잘 키울게"
하루 종일 등반하느라 지친 곰을 친구는 잘 돌보겠다고 하면서 데리고 갔다.
"안녕 즐거운 산행이었어"
곰에게 작별을 하고 돌아서는데 왠지 섭섭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산행을 같이 했는데 막상 떠나보내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곰은 산행 내내 힘들어도 짧은 다리로 종종걸음으로 걸으며 잘 따라왔고, 낑낑 되지도 않고 묵묵히 같이 산행을 하였는데, 우리를 쳐다보며 이별을 아는 듯 처음으로 멍멍 짖었다.
정말 곰처럼 미련한 녀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가라"
순수한 자연을 간직한 소백산, 깊고 조용한 자연의 품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고, 그날 산행에서 만난 곰(길 잃은 강아지)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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