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는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힘이 들어서 자꾸만 야위어가는 나를 보고 엄마는 속상해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시골에 가서 일주일씩 있다 오곤 했다. 정겨운 자연도 경험하고, 아파트에서는 뒤꿈치 들고 조용하게 다니던 아이들을 마음껏 뛰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
엄마는 큰애를 자랑하려고 업고 나갔다가 5분도 안되어서 우는 아이를 데리고 식겁하면서 들어오셨다.
“아이고 눈이 굴딴한게 이뻐서 자랑하려고 했디만 얼매나 우는지.. 15살만 되어 온나 엉덩이를 펑펑 때려주게”
목청이 커서 으앙! 하고 우는소리가 담장을 넘기는 첫째를 보며 하소연하는 엄마가 어찌나 귀엽던지
“엄마 애가 낯가림이 심해서 그래”
나만 보면 울음을 뚝 그쳤다.
“아이고 이쁘면 뭐하노 내가 봐줄 수가 없는데”
나를 쉬게 해주고 싶었던 것인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해 했다.
둘째는 그래도 낯을 가리지 않아서 안고 계실수가 있었다.
“안 우니까 얼매나 이쁘노”
둘째는 시골만 오면 밥도 잘 먹고 엄마가 해주는 쑥떡도 오물오물 잘 받아먹어서,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면서 쓰러지기 전에 보고 싶다고 했었더랬다. 주말에 데리고 오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못 보여드렸다. 첫째가 할머니를 간호사가 되어 돌봐주고 싶다고 하는 말에 감동하셨던 그 모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아버지는 애들만 오면 손을 잡고 꼭 마트에 데리고 가서 과자를 사 주었다. 그러면 주변에서 그런다.
“아이고 서울 얼라들인가 보네 얼굴이 틀리대이”
그러면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지셔서 어깨를 으쓱하시며 " 아 글라! 얼굴이 틀리나"하셨다. 아마도 아버지만의 자랑 방법이었나 보다
애들을 너무도 예뻐하셨고 가끔 가도 일 년 치 사랑을 듬뿍 주시던 엄마의 웃는 얼굴이 생각난다. 아이들도 그걸 알았는지 할머니를 너무 좋아했다. 막내는 어렸을 때인데도 시골할머니가 생각난다고 했다.
“엄마 친구가 우리 집에 오면 시골할머니가 주신 김치가 맛있다고 자주 먹으러 오고 싶다고 했어”라고 말하면서 할머니 김치가 어렸을 때인데도 맛있었다는 걸 기억한다고 했다.
“언젠가 엄마가 없었는데 할머니가 미역국에 밥 말아서 떠 먹이던 게 생각이 나”
막내는 할머니의 기억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몇몇 기억은 간직하고 있었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어린 아기에게도 전달되나 보다
그런 아이들이 어린 시절 시골을 오가며 할머니의 사랑을 먹고, 심성 고운 아이들로 무럭무럭 자랐다.
어느 날인가 내가 애들 한글을 가리키고 있는데 엄마가 그러셨다.
“아이고 니는 어째 그래 조근조근 얼라들을 잘 가르치나 난 한 번도 그런 것도 못해 줬는데”
또 어떤 날은,
“배서방아 내 딸만 두고 얼라들 다 데리고 서울 올라가라 내 딸 잠 좀 재우게”
그랬다. 엄마는 손녀들이 아무리 예뻐도 내가 제일이었던 것이다.
잠도 못 자는 나를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나는 그 당시 밤에 잠을 자는 게 소원이었다. 아이들이 낮과 밤이 바뀌면서 항상 잠이 부족했다.
그래도 엄마가 있어서 힘들어도 힘이 났다.
여자에게 친정은 그런 곳이었다. 엄마가 계신 것만으로도 든든함이 생겼다.
엄마는 애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사랑해 주시고 나에게 힘을 주신 것이다. 서울에서 혼자 아이 셋을 키우느라 날마다 야위어가는 나를 얼마나 안타까워하셨던가
내편은 어깨에 짊어진 짐이 많아지면서 바빠졌고, 나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내편과 나는 각자의 일에 충실하며 세 아이들을 키웠고, 아이들은 그런 우리에게 언제나 다정했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엄마가 계셨기에, 그 어떤 날들보다도 빛나는 순간이었다.
엄마이기도 했고, 딸이기도 했던, 그 시절이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누가 나에게 고소한 참기름과 들기름을 짜서 주겠는가
누가 나에게 김치를 해서 주겠는가
이제 햇쑥으로 만든 쑥떡과 고소한 콩고물은 어디서도 먹을 수가 없겠지
엄마가 안 계시고 이런 그리운 맛들과 이별해야 했고, 난 늘 해 주기만 했지 해주는 걸 받을 곳이 없어졌다. 소소하고 평화로웠던 그 일상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리움은 깊게 더 깊숙이 가라앉은 찌꺼기처럼 없어지지 않고 스멀스멀 올라오나 보다
가정은 엄마가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하다.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불안한 일상의 결핍을 채워주는 엄마의 사랑이 있었기에 때로는 아옹다옹하고 서로의 의견이 충돌할지라도 그조차도 평화라 말한다.
누구나 따뜻한 안식처가 필요하다. 딸에게 언제나 품을 내어주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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