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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Feb 26. 2019

아이에게 어떤 격려를 해줘야 할까요_법륜스님 즉문즉설


*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조건이나 상황을 고려한 대화입니다.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애틀랜타(Atlanta)


다른 아이에게 지는 딸을 보면 울화통이 터져요





승부욕이 없는 딸을 보면 걱정입니다.

저는 열네 살 된 딸이 있는데 테니스를 합니다. 대학을 테니스 선수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훈련을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주위에서 반대를 많이 했고 남편조차 저를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딸을 끌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딸에게 승부욕이 전혀 없고, 부모가 시키니까 그냥 하는 식으로 시합에 나가는 것 같아서 제가 너무 속상합니다. 딸이 자신보다 체격도 작은 아이들에게 지는 걸 보면 울화통이 터집니다. 부모가 아무리 애를 써도 정작 본인은 팔짱끼고 있으면 도리가 없잖아요. 너무 절망적이어서 때려치우자고 하면 딸은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그럽니다. 저도 마음은 딸과 함께 끝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엄마로서 제가 아이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을 주는 길인지 궁금합니다.

아이가 처음에는 테니스를 못했을 것 아니에요.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지금이 더 나아요?

지금은 엄청 잘하죠.


아이를 격려하는 법


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는 지금 더 잘하잖아요. 그러면 격려를 해주어야지요. 아이가 “난 못한다” 이렇게 열등감을 느끼더라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마라. 1년 전을 생각해봐라. 그때보다 지금 훨씬 잘하지 않냐” 이렇게 격려를 해줘야지요. 거짓말로 격려를 해주라는 말이 아니라 그게 사실이잖아요. 1년 전보다 낫고 2년 전보다는 훨씬 낫잖아요.


격려는 진짜 많이 해주죠. 너만큼 잘하는 아이가 없다고요.


너만큼 잘하는 아이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잖아요. 더 잘하는 아이들 많이 있잖아요. 그렇게 거짓말을 하니까 아이가 엄마 말을 믿지 않지요. 그렇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1년 전보다는 훨씬 잘한다’ 이건 사실이잖아요. 아이가 좌절을 하더라도 엄마는 “그래 네가 세운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아진 것이 사실이야. 



그러니 올해보다는 내년에 또 더 나아질 거야. 지금 잘하고 있어” 이렇게 격려를 해줄 수 있어야지요. 격려를 해준다고 해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됩니다. “엄마는 너보다 재주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도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냐. 그러니 너도 걱정하지 마라. 너도 잘 살거야” 이렇게 사실에 기반한 격려를 해야 합니다.



관점을 어떻게 잡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가 어느 날 텔레비젼에서 올림픽 경기를 보는데, 100미터 달리기를 9.8초로 우승하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나도 한번 해봐야지’, 이렇게 마음을 먹고 3년을 죽기 살기로 노력한다면 과연 목표 달성이 가능할까요? 못하겠죠. 그럼 저는 문제아예요?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법


우리는 대부분 목표를 이렇게 너무 높게 설정하기 때문에 평생 노력해도 한 번도 만족을 못하는 겁니다. 늘 ‘나는 안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목표는 10년을 노력해도 달성할 수 없어요. 그런데 지금 내가 뛰어보니까 100미터에 25초 정도 나온다면 조금 더 노력하면 23초까지는 나올 수 있겠지요. 그래서 3개월 동안 매일 2시간씩 달리기 연습을 하면 23초 목표는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이렇게 목표를 세우면 3개월 뒤에 목표를 달성하게 되니까 기분이 좋을 것 아닙니까. ‘나도 되는구나’ 이렇게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고, 잘하면 22초가 나와서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딸의 능력과는 아무 관계없이 엄마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자식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자식도 힘들고 부모도 걱정이 되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모든 테니스 선수가 다 우승하고 싶지 우승하기 싫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아이도 얼마나 우승하고 싶겠어요. 딸이 우승 못해서 좌절하더라도 “그래도 작년보다 많이 좋아졌다”라고 격려해 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입니다. 테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은 최소한 건강하다는 거잖아요.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의 건강입니다. 공부 1등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는 자식이 건강한 것을 가장 중요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운동을 안 했더라면 체중이 더 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운동을 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이것도 부모로서는 굉장히 좋아해야 할 일입니다. 이렇게 목표를 낮게 설정하면 엄마 입에서 늘 격려의 말이 나오게 됩니다.


엄마와 이웃집 아줌마 사이


질문자가 자꾸 속이 터지는 이유는 아이 때문이 아니라 질문자의 욕심 때문입니다. 그러니 속이 터져 죽어도 누구를 원망하면 안 됩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속이 터진 거니까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인물도 잘나고 건강하고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하길 원하죠? 그런데 그런 아이는 엄마만 좋아하겠어요? 이런 아이들은 이웃집 아줌마들도 다 좋아해요. 그러니 이런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아니고 이웃집 아줌마예요.



그럼 엄마는 어떤 사람이냐? 아이가 신체장애이고 공부도 못하고 말도 안 듣고 그래서 세상 사람들

이 다 내쳐도 그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 세상의 오직 한 사람, 그게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가 되어야지요. 질문자는 엄마이지 코치가 아니에요. 정신 좀 차리세요. 엄마로 돌아가세요. 지금처럼 아이를 자기 욕심의 수단으로 대하면 아이가 고통스러워집니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뒷바라지 해주되 억지로 하게는 하지 마세요. 하다가 그만두어도 격려해줘야 합니다.



“너 그렇게 하려면 때려치워라” 아이에게 이 말이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모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이것만 해왔는데 이걸 그만두면 이제 난 무엇을 해야 하나 얼마나 걱정이 되겠어요? 그럴 때도 “테니스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해 줘야 합니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면 지원해주고 그만두고 싶으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코치 역할 그만하고 아이의 엄마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돈이 좀 들더라도 코치는 다른 사람한테 좀 맡기세요.



아이가 신체장애이고 공부도 못하고 말도 안 듣고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다 내쳐도
그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 세상의 오직 한 사람, 
그게 바로 엄마입니다. 

노스뷰고등학교

-법륜스님 야단법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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