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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폼폼 Oct 29. 2022

프롤로그 : 국어교사의 다문화 교육 입문기

  "국어 교사이지만, 한국어학급을 담당하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사 연수에 가거나, 새로운 동료 교사를 만나 내 소개를 할 때면 같은 현장에 몸 담고 있는 분들마저 갸우뚱하며 눈이 동그래진다. 내가 사는 지역의 수많은 중학교 중 ‘한국어학급’이 개설된 학교는 단 3개뿐이고, 우리 학교는 그중 하나이다. 지역 전체에서 단 3개뿐이니, 동료 교사들 마저도 한국어학급이 생소할 수밖에! 

한국어학급은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이 공교육에 무사히 진입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개설된 정식 학급이다. 일반 학급과 마찬가지로 담임교사가 있고, 담임교사는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수업을 포함한 교육 활동 전반과 다문화 학생 지도 및 관리를 일임하게 된다.


  3년 전, 벅찬 마음으로 첫 학교에 발령받은 나. 꿈꿨던 국어 수업을 할 생각에 온갖 시행착오를 겪을 생각에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물론 시행착오란, 업무에 대한 적응과 국어 수업에 한정된 시행착오였다. 우리 학교에 대한 이해는커녕 학교 현장을 전혀 몰랐으니 우리 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내가 한국어 수업을, 그것도 2년 차부터 하게 될 거라 생각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2년 차가 되던 2020년, 한국어학급을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 학교를 옮기시게 되어 새로운 담임교사를 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한국어와 국어가 대충 보기에 비슷하다는 인식 때문이었을까, 국어과 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협의가 암묵적으로 이루어졌고, 여러 정황상 적임자가 나로 좁혀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어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솔직히 두려웠다. 어깨너머로 보았을 때 전임자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은 학교 밖의 일이었다. 예를 들어, 다문화 학생의 비자 연장을 도와주는 일, 번역기를 사용하여 학생과 소통하는 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에 오지 않는 다문화 학생을 찾아다니는 일, 혼자서는 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학생을 병원에 데려가는 일, 사각지대에 있는 다문화 학생을 지원하는 일 등등, 도저히 2년 차 교사가 할 수도, 알 수도 없을 것 같은 일이었다.


  게다가 국어 수업과 일반 학급 담임교사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첫 해에 부족했던 점을 2년 차에 채워보고 싶었는데, 다문화 아이들을 맡게 되면 ‘ㄱ,ㄴ,ㄷ’, ‘안녕하세요’ 이런 걸 가르쳐야 할지도 모른다. 그토록 열심히 공부했던 교과 지식을 잊어버리게 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태산이었다.


  걱정하며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에 지금은 퇴임하신 당시 교감 선생님께서 나를 조용히 부르셨다.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하셨던 여러 이유 중 한 가지가 나를 움직였다. "선생님은 없으면 찾아내서라도 힘든 아이들을 도와줄 사람이잖아. 그래서 나는 선생님이 했으면 좋겠어." 밤새 깊은 고민 끝에 두렵지만 새로운 길을 걸어가 보기로 했다. 정 못하겠으면 1년 해보고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뭐. 그렇게 나는 한국어학급 담임교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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