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텃밭 첫 수확물
4월 27일 토요일
봄배추 모종을 심은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텃밭에 가보니 봄배추가 아작 나있었다.
잎에 동그란 구멍이 송송송송 많이도 뚫려 있는 것을 보니
우리 가족보다도 먼저 벌레가 봄배추 맛본 흔적을 그것도 아주 신나게 많이도 남겨놓은 것이다.
열흘 전, 텃밭지기 선생님께 받았던 문자 메시지가 떠올라서 급하게 핸드폰을 켜고 문자를 찾았다.
텃밭에 심어져 있는 오이와 겨자채 모종에 벌레가 많이 온다고 식초와 물을 희석해서 뿌리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당시에는 오이도 겨자채도 심기 전이라 우리 텃밭에는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는데
봄배추 잎이 빵구 나있는 걸 본 이상 텃밭지기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을 써먹어야 했다.
식초에 물을 희석하는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그날 오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물조리개에 물과 식초를 썩어 심어놓은 작물 전체에 주고 있다.
텃밭지기 선생님이 알려주신 용량은 식초와 물이 1:300 비율로 넣어서 식초를 희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정확하게 계량해서 물을 주진 않았다.
왜냐... 그럴 정신이 어딨을까.. 힘들어서 빨리 물 주고 오고 싶은 마음 밖에 없으니 일단 대~충 눈대중으로 주고 있다.
(혹시 정확한 걸 좋아하시는 성향이시라면 계산해서 용량을 맞추셔도 됨! 그렇지만 정확하지 않아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긴 함)
우리 집 만의 물 주는 방식
비오는 날인데 그 다음날도 비가 오면 : 물 안 줌
비오는 날인데 그 다음날 비가 그치면 : 식초를 희석한 물을 살짝씩만 뿌려 코팅만 해주고 옴
해가 쨍쨍하고 비 소식이 없는 날 연속이면 : 그냥 물만 엄청 많이 주고 마지막에 식초 희석한 물로 한번씩 만 더 주고 마무리함
2주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5월 1일 수요일
겉잎은 구멍이 나있지만 얘는 4월 27일부터 구멍 나 있던 잎이 큰 거니까 무시하고 안쪽에 이제 막 자라는 잎을 보면 구멍이 덜 뚫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오 효과 있는데? 싶어 이날도 식초를 섞은 물을 주고 돌아왔다.
5월 4일 토요일
봄배추가 무성히 자라고 있다. 구멍도 겉잎을 제외하면 안쪽은 많이 없는 상태
5월 6일 월요일
이 날은 비가 이틀 째 내리는 날이어서 물을 안 줘도 되었지만 그 다음날 해가 뜬다고 해서 혹시나 벌레가 몰려들까 식초 코팅만 살짝 해주고 돌아왔다. 확실히 잎에 구멍 뚫림이 덜한 걸 볼 수 있다.
5월 11일 토요일
한 달도 안되는 기간 동안 봄배추가 이만큼이나 컸다.
식초 희석한 물도 꾸준히 줬더니 벌레 먹음도 확실히 덜하고 건강한 상태로 잘 커 있었다.
요정도 잎 크기면 이제 먹어도 될 것 같아서 봄배추 큰 겉잎만 다 따기로 했다.
올해 텃밭에서 처음 수확한 수확물 봄배추이다!
첫 수확물이다 보니 이걸로 뭘 먹을지 아직 좀 고민되긴 하지만 그래도 기쁘고 엄청 신기했다.
그리고 역시 전문가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텃밭지기 선생님이 알려주신 천연 농약(식초를 희석하는)이 아니었다면 이미 다 벌레들이 냠냠 쩝쩝 해치웠을 텐데
적절한 시기에 꿀팁까지 알려주셔서 무사히 건강한 봄배추를 수확할 수 있었다.
텃밭지기 선생님 감사합니다
혹시 오이, 겨자채, 봄배추 등 벌레가 좋아하는 모종을 심으신 분들은 모종 심은 날부터 식초를 희석한 물을 주시기를 권장드린다.
가족들끼리 먹으려고 하는 텃밭에 농약 치는 건 말도 안되고, 농약은 사람도 환경도 안 좋으니까 이런 친환경 방식으로 천연 농약을 이용하면 벌레 먹는 것도 방지하고 작물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