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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가야만 한다

글쓰기 모임에서 소설을 써봤다

by 어효선

나는 1년 반 동안 한주도 빠짐없이 일요일이면 당연한 듯 언제나 교회에 갔다. 2년 전 도망치듯 여기로 이사 오고 6개월 동안 거의 방안에만 처박혀 있었다. 그런 나를 구원해 준 사람이 방울 교회 목사님이었다. 목사님은 빵집에서 만났다. 밥 해 먹기 귀찮아서 빵을 왕창 사놓고 먹곤 했다. 씻지도 않고 살이 잔뜩 찐 나는 폐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날도 다양한 빵을 고르고 있는데 목사님이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빵을 좋아하나 보네요.” 따뜻한 연민의 눈빛이 느껴졌다.

“밥 해 먹기 귀찮아서요.”

“일요일에 시간 되면 방울 교회에 오시면 어때요? 기도 후에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저는 방울 교회 목사입니다.”

“저는 종교가 없는데요.”

“밥만 먹고 가셔도 됩니다.”

그 주 일요일에 나는 교회 맨 끝에 있는 구석자리 의자에 앉았다. 목사님은 멀리서도 나를 알아보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첫날 목사님의 설교가 가슴속에 깊게 와닿았다. 목사님은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람은 없다고, 누구나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하느님은 매 순간 우리 곁에 함께 있다고 했다. 내가 선할 때나 악할 때나 무지할 때나,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함께라고.

나는 기도를 시작했다. 기도가 이루어지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 바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기도를 하는 순간은 불안하지 않고 행복했다.

교회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사람들 몇몇과 친해져 오랜 은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되기도 했고 함께 피크닉을 가기도 했다. 살도 점점 빠지고 우울과 무기력도 조금씩 나아졌다.

목사님은 소보로 빵을 좋아했다. 그래서 가끔 빵집에서 소보로 빵을 사서 가져다 드렸다. 그때마다 목사님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얼마 전 계속된 폭우로 교회 천장에서 물이 새자 목사님은 걱정하며 천장을 바라봤다. 목사님은 얼마 전 천장을 고치려고 사다리를 올랐다가 중심을 잃고 떨어졌는데, 머리부터 떨어지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한 지 3일 만에 죽었다. 비는 그 후로도 무섭도록 내렸고 내가 사는 빌라 2층까지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올해 여름에 목사님과 교회 사람들과 함께 계곡으로 놀러 가기로 해서 구입했던 보트를 꺼냈다. 삶이 내게서 모든 걸 앗아간다고 해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던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이번 주 일요일, 반드시 교회에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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