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하는 삶

목표가 있는 삶

by 어효선

아쉬울 게 없다는 건 소중한 게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면 1분 1초가 아쉽고 뭐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나는 내 인생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이다. 내 하루도. 나 조차도.

간절함이 없는 하루는 반나절은 잠으로 반나절은 빈둥거리며 지나간다. 매 순간을 백 미터 전력질주 하듯이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목적지가 있는 삶과 없는 삶은 꽤 차이가 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계획도, 목적도 없이 지냈다. 그저 부유하는 먼지들 같이 둥둥 떠다닐 뿐.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에 지치고 무기력했다.

그래도 나는 계획대로 고등학교 때의 꿈을 이뤘다. 청소년상담사가 되고 싶다던 꿈 말이다. 나의 청소년기는 괴롭고 외롭고 우울했다. 도움이 필요했는데 손을 내밀어주는 어른이 없었던 시절, 나와 같이 힘든 청소년들을 돕고 싶어서 청소년상담사가 되고자 했다. 특히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고 그 순수한 마음이 덜 상처받고 덜 힘들기를 바랐다. 청소년쉼터에서 1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2년 9개월을 일하고 소진이 와서 쉬고 있다. 목적지에 도달하고 길을 잃었다. 벌써 6개월째. 나는 둥둥 떠다녔다.

일을 그만두고 다시 조금씩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목적지와 계획이 없는 삶에 만족하던 때도 있었다. 그게 자유롭다고 믿었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면 용기가 없었던 것뿐이다. 무언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고. 아플까 봐 도망친 거 같기도 하고. 숨은 것 같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땐 1분 1초가 아쉬워서 뭐라도 하려고 하고, 예쁘고 쾌적한 곳에서, 밥도 최고로 맛있는 걸 먹으려 하고, 불편한 건 없나 세심하게 살피고, 잠도 잘 자라고 배려해 주는데 정작 나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내가 나와 있을 때도 그랬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나만의 목적, 계획을 가지고 하루하루 나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며 살아야겠다. 그럴 수 있을까? 난 무딘 게 아니라 너무 예민하고 날카로워서 이렇게 숨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를 벗어나는 게 너무 두려웠다. 미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날고 싶었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과 계획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다른 것이다. 물론 계획 없이 살 때에도 살아지긴 했다. 물 흐르듯이 내게 오는 것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삶도 의미 있다. 그런데 그런 삶은 자칫 책임을 전가하기 쉽다. 힘들겠지만 다시 조금씩 노력해 보자. 믿기 어렵겠지만 믿어보자. 두렵겠지만 앞으로 가보자. 그곳에 무엇이 있든 가보자.

삶에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 분명 그렇지만 운이 없는 사람은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될 대로 되라고 삶의 방향키를 놓아버릴 수는 없다. 놓아도 가긴 갈 것이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 이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확인해야 할 때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그런대로 이유가 있을 테니. 그러나 내 삶에 책임지는 태도는 가져야 한다. 내 인생, 현재의 나는 내 책임이고 내가 데리고 가는 것이다. 날지 못해도 상관없다. 땅에 발붙이고 서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한이 있어도 나만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드시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