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연어 Oct 24. 2022

가끔은 과감하게

(50대, 인생을 바꾸는 100일 글쓰기)


비교적 조용한 성향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나는 가끔씩, 아주 가끔씩은 적극적일 때가 있다. 일 관련해서 보낸 메일을 찾다 보니 우연히 예전에 보낸 메일을 보게 되어 올려본다. 나도 이런 때가 있었구나 웃게 되었다. 


2009년 모 신문사에서 주최한 행사가 있었다. 우연히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검색되어 이벤트에 응모하게 되었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 한 그와 함께 경남 고성 거류산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독자 20명만 모신다는 조건이 붙었다. 당시만 해도 종이신문을 주로 보던 때라 신문사의 위세가 대단한 때였다. 엄 대장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응모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당첨될 확률이 없어 보여 신문사 담당자에게 별도의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워킹 토크 담당자님.


이번에 엄홍길 대장님과 함께 떠나는 워킹 토크 기사를 보고 알게 되어

신청하게 된 올해 42세 된 서울남자 OOO라고 합니다.

참가신청은 이미 이벤트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럼에도 또 이렇게 메일을 드리게 된 이유는 그 짧은 신청 댓글로

20명 안에 들어가야 되는 게 당체 어려운 관문처럼 느껴지네요.


그만큼 가고 싶어 이렇게 다시 편지를 쓰게 됩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지금 시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 극한을 경험한 

엄 대장님을 만나 그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그만큼 그분과의 만남이 저에게 기대되는 일입니다.


어제는 독도수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준비 중에 갑자기 밀려온 몸살로 고생을 했지만 

처음으로 공식적인 마라톤대회에 나가, 짧지만 10km를 기분 좋게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언제가 사하라 마라톤도 참가하는 만화 같은 꿈을 꾸어봅니다.


끝으로 저는 지금 제 인생을 지독하게 바꾸고자 합니다.

그러한 기회를 스스로 만들고자 이렇게 문을 두드립니다.

꼭 저 같은 사람에게도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랄게요...


2009년 6월 15일 OOO



이 메일 덕분인지 결국 20인 안에 들어가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여기서 모여요 : 6.25 오전 7시 서울 태평로 1가 코리아나호텔(1·2호선 시청역 3번 출입구) 앞에서 출발





그런데 '경우의 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생겼다. 출발 전날 동료들과 술자리가 있어서 한두 잔 이어지다가 그만 과음을 하게 되었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그때는 아직 젊어서 충분히 컨트롤이 될 줄 알았다. 당일 일어난 시간이 오전 6시 30분,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분만 기다려 달라고.. 그러나 단체 일정이라 기다릴 수 없다는 말에 그만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크게 낙심했지만 내가 만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이 일을 계기로 중요한 약속에는 가급적 조절을 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시도를 가끔씩 해왔던 것 같다. 내 성향상 어울리지 않는데도 가끔은 자가발전을 한다. 책을 읽다가 (예를 들어 비즈니스 관련 도서를 읽다가) 감동을 받으면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서 직접 만나보기도 한다. 이렇게 뵌 분이 세분쯤 되는 것 같다. 과거에 회사를 지원할 때는 입사지원서 외에 별도의 리포트를 제출하기도 했다. 마음이 일면 행동이 뒤따르는데 내가 봐도 나야? 싶다. 


지금은 그냥저냥 소소히 살아가는 중년 남이다. 뭐든 마음만 있는 아저씨다. 달리기도 지금 뛰라면 오십 미터도 못 달리는 신체를 보유하고 있다(대신 걷기는 좋아하지만). 나이먹음으로 당연시 여기는 게 많다. 못하는 게 점점 늘어간다. 하고 싶은 일에는 때론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마음만 먹지 말고 도전도 해보자.. 아저씨

이전 11화 바둑으로 푸는 인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