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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연어 Oct 22. 2022

파주 출판단지를 가다

(50대, 인생을 바꾸는 100일 글쓰기)


날씨가 너무 좋아 파주 출판단지를 가보기로 했다. 간 김에 옆에 롯데아웃렛도 같이 둘러보는 일정으로 길을 나섰다. 오늘 같은 날에 집에 있는 건 청명한 가을을 낭비하는 일이라 무조건 출발해보았다. 파주 출판단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종종 들렀던 곳이다. 해마다 북 축제가 이어져서 보는 재미,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운이 좋은 날엔 읽고 싶은 책을 열 권도 사온적이 있다. 오늘 가보니 거리가 너무 한산해서 놀랐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었거니 해도 사람이 너무 없었다. 이벤트나 축제, 할인 행사 등 출판사마다 독자들을 끌어모으려는 마케팅이 미미해서 아쉬움이 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겠지만 점점 책 읽기 문화가 사라져 가는 듯했다. 


도서출판 '열린 책들'에서 운영하는 뮤지엄에 들렀다. 하루 세잔의 카페인 충족량을 채우지 못하고 출발한 터라 커피 고픔이 극심했다. 도착하자마자 북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통창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바깥 풍경을 보았다. 가을바람에 꽃과 잔디가 하늘하늘 춤을 춘다. 그 모습이 어찌나 목가적인지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단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공간은 사람을 정화시키는데 일등공신이다. 평상시 산미가 있는 커피는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 커피가 그런 맛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아껴가며 마셨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에선 책도 판매를 하고 있었다. 도서는 인터파크나 교보문고를 통해 사는 편인데 이곳을 운영하는 출판사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전속으로 출간하는 곳이었다. 반가운 얼굴이라 그의 책들을 몇 권 구매했다. '문명 1.2권, 행성 1.2권'.. 얼마간은 또다시 베르나르의 '과학동아 같은 이야기'에 빠져볼 요량이다. 2013년 그의 책 '제3 인류'가 출간되었을 때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주최하는 팬사인회를 갔다. 그때 베르나르와 사진도 찍고 책에 사인도 받아서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처럼 그만의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글들이 좋다. 베르나르는 유독 한국의 팬이 많은 걸로 유명하다. 출간 도서 상당량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가 친한파인 게 당연한 일이다.

해마다 한 번씩 들렀던 파주 출판단지는 모습 그대로인데 아이들은 벌써 커서 각자의 일상을 산다. 지금도 출판단지 곳곳에 흔적과 추억이 남아있다. 어느 곳에선 꼬마열차를 탔는데, 어느 건물 위에 피노키오 인형을 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 출판사에선 이런저런 동화책을 샀는데.. 지나간 시절의 장면들이 스쳐간다. 이제 그 자리를 젊은 엄마, 아빠들이 대신하고 있다. 책과 사람이 함께 하는 삶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게 실감 난다. 


가을 옷을 사볼까 출판단지에 붙어있는 롯데아웃렛을 들렀다. 출판단지와는 다르게 사람들로 붐볐다. 책 보다 옷이 먼저인가 보다. 눈으로 먼저 훑고 지나갔다. 쇼핑몰은 늘 계절을 앞서가기에 패딩도 나와있다. 겨울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니 더 이 가을이 사랑스럽다. 특별히 맘에 드는 옷이 없어 가려다가 마지막에 하나가 눈에 들어와 득템을 하고 나왔다.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 보다 마음에 들었으니 그걸로 만족이다.


자유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노을이 붉게 물든다. 

돈으로 살 수없는 청명한 날씨를 만끽해서 오늘 하루는 잘 산 것 같다. 


라디오에서는 배미향의 '저녁스케치'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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