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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 Feb 23. 2024

너는 내 것이 아니야.

그림책 『이 사슴은 내 거야!』를 읽고

얼마 전 사슴 한 마리가 자신에게 오자, 지오는 그냥 이 사슴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사슴을 지오는 '멋진 뿔'이라고 불렀어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룬 후 '마음만 있다면 어떻게든 실현된다'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아이도 내가 정한 사람과 정한 시기에 맞게 찾아올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양방, 한방 치료를 받으며 몸을 만들었다. 또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기에 새벽예배를 제외한 모든 예배에 참석하며 임신이 되길 기도했다. 그런 노력과는 다르게 매달 나는 테스트기의 한 줄을 확인하며 슬퍼했다.      


   평소와 같이 구역예배를 드린 후 근황 Talk가 이어졌고, 새댁은 나 혼자여서 연세가 있는 집사님들은 내 임신 소식에 대해 궁금해하며 함께 걱정해 주셨다. 집사님들께서는 작정 새벽기도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새벽기도를 통해 소망이 이뤄졌다고 많은 사람이 말했기에 나도 솔깃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출근한다는 핑계로 새벽예배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잠시 고민했고, 소망을 이룬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새벽기도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새벽예배를 시작하고 2~3달이 지났을 무렵 '임신하지 못한 자들의 태(胎)의 문이 열리게 하소서'라는 목사님의 선포 기도가 있었다. 이 외침은 민들레 홀씨처럼 내 마음에 날아와 확신으로 자리 잡았고 나는 첫째를 임신했다. 하나님께 기도하여 받은 아이라는 기쁨은 짧았고, 내가 마음먹은 데로 이루어졌다는 믿음으로 바뀌었다.    

 

   그림책 [이 사슴은 내 거야!]는 지오가 사슴을 소개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오에게 사슴 한 마리가 오자, 그냥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다. 지오는 사슴에게 ‘멋진뿔’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멋진뿔을 따라다니며 착한 애완동물이 되는 규칙을 알려준다. 멋진뿔은 규칙을 제대로 듣지 않는 듯했지만, 지오가 음악을 듣는 동안 시끄럽게 하지 않기 같은 규칙은 잘 지켰다. 하지만, 멋진뿔은 ‘지오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기’, ‘집에서 먼 곳은 가지 않기’의 규칙은 지키지 않아 외출할 때마다 끈을 풀어서 돌아오는 길을 표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멋진뿔을 ‘브라우니’라고 부르며 자기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자신보다 브라우니라고 부르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 멋진뿔 때문에 지오는 화가 났다. 지오는 멋진뿔을 버려두고 집으로 가다가 가지고 있던 끈에 몸이 감겨 숲 속 갇힌다. 지오가 무서워하고 있을 때, 멋진뿔이 나타나 구해준다. ‘주인을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하기’ 규칙을 지킨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멋진뿔의 주인인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오는 멋진뿔이 지킬 수 있는 규칙으로 다시 정하고 이름표를 떼어준다.     


   간절히 원했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자 나는 아이를 나만의 것으로 생각했다. 꼭 그림책의 지오처럼 말이다. 잘 키우기 위해 내 생각대로 이름표를 걸어주고 규칙을 세웠다. 세상을 배워가는 시기에 아이는 규칙을 잘 지키는 멋진뿔처럼 잘 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내가 잘하고 있다고 믿으며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새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이는 엄마의 말과 규칙을 벗어났다. ‘먼 곳은 가지 않기’와 같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멋진 뿔처럼 말이다. 내가 세운 규칙에서 벗어나는 아이를 보며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바르게 크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부족해서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나?'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했던 다짐, 내 계획대로 하지 않는 아이, 아이를 향한 분노,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나와 동일시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잘 자라지 못하면 내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과 수치심이 마음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것을 인정하기 싫은 나는 되려 아이에게 그 탓을 돌렸고, 우리는 서로 미워하는 시간을 늘려갔다. 화가 나 멋진뿔을 두고 돌아가다 풀어놓았던 실에 엉켜 꼼짝 못 하는 지오처럼...

지오가 사슴의 이름표를 떼어주듯 아이를 나와 분리해야 한다. 아이도, 나도 각각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기에 아이로 인해 마음이 힘들 때는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한다. 아이를 나와 다른 존재로 인정하고, 내 뜻대로 할 수 없음을 알게 해 달라고 소원한다. 


오늘도 아이를 바라보며 나에게 이야기한다.


"너는 내 것이 아니야."


지오는 모든 것을 용서했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지금까지 자신이 멋진뿔의 주인인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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