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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Dec 01. 2022

뜨끈뜨끈 오뎅국

어묵탕

포근한 11월이 가고 11월의 마지막 날. 가을에게 밀렸던 힘겨루기에서 겨울이 드디어 이겼나보다. 갑자기 기온이 뚝 내려가고 찬바람이 예사롭지 않게 불었다. 밖은 어둑어둑하고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집에서 뜨끈한 국물 요리가 먹고 싶게 마련인데, 소여사가 그 마음을 알았는지 오늘 저녁 메뉴는 어묵국.


국멸치를 잔뜩(아주 많이) 넣고, 무를 얇게 썰어서 폭폭 잘 끓여주면 육수가 완성된다. 무를 두껍게 썰면 무가 익으면서 맛이 배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어묵을 해동해서 육수에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다진 마늘, 소금, 액젓으로 간을 하면 끝. 대파가 있으면 썰어 넣어주면 대파의 단맛이 우러나와 더 맛있어진다. 특별한 레시피가 아닌데도 소여사가 끓인 어묵국은 깊은 맛이 있다. 무의 단맛과 멸치의 구수한 맛에 어묵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후루룩 들이키면 시원하고 깔끔하다.


소여사에게 어묵은 오뎅이다. 소여사 덕분에 나도 오뎅이라고 써왔지만 오뎅이 일본말이라는 걸 알게 된 데다 아이들에게 정확한 낱말을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 같아 굳이 고쳐 어묵이라 말한다. 엄마는 어묵, 할머니는 오뎅이라고 해서 아이들은 어떤 날은 어묵이랬다 어떤 때는 오뎅이라고 한다.(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어묵볶음, 어묵국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어묵을 좋아했다. 학교 끝나고 길가에 있는 빨간 천막을 지나치지 못했다. 메인 메뉴가 호떡, 붕어빵, 떡볶이로 달라도 사이드 메뉴는 모두 어묵. 얇은 직사각형 어묵을 한번 접고 긴 꼬치에 꼬불꼬불 창자처럼 꽂아진 어묵 꼬치는 제일 좋아하는 메뉴였다. 어묵을 먹기 전에 주인아주머니께 국물을 떠달라고 하면 조그맣고 빨간 플라스틱 컵에 국물을 떠주셨다.(요즘은 종이컵에 주시더라고요) 국물은 뜨거우니까 좀 식게 놔두고 어묵 꼬치를 양념간장에 푹 찍어 먹었다.(지금은 위생상 하지 않지만 그땐 그랬지) 포장마차의 그날 매출 여부에 따라 어묵은 너무 살아있거나, 너무 퍼져 있었다.  


그렇게 어묵을 먹고 나도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묵으로 양껏 배를 채우고 싶었다. 그럴 때면 소여사에게 어묵국을 끓여 달라고 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무와 국멸치로 육수를 내고 끓여 주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릴 적 먹었던 어묵은 밀가루 함량이 높은 탓인지 금방 물컹해지고 다시 데워먹으려고 하면 팅팅 불어 맛이 없었다.


올케의 친정이 부산인 까닭에 사돈이 종종 보내주시는 부산 어묵은 정말 쫄깃하다. 생선살 맛이 많이 느껴지고 어묵이 잘 퍼지지 않는다. 다시 데워먹어도 그대로다. 소여사 만큼이나  큰 사돈이 보내주신 어묵을 냉동실에 잘 보관해 두었다가 해동해서 음식 재료로 쓴다. 그래서 꼭 추운 날이 아니어도 어묵국이 식탁에 잘 올라온다.


추억의 맛이기도 하고 뜨끈한 겨울의 맛이기도 한 소여사표 오뎅국으로 오늘 저녁도 뱃속이 뜨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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