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만둣국? 떡만둣국!

떡만둣국

아이들은 엄마인 나를 제쳐두고 소여사에게 저녁 메뉴를 묻는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다음날 아침에 필요한 식자재를 확인하러 냉장고로 가는 소여사에게도 아이들의 물음은 언제나 부담을 느끼게 한다. 소여사는 특별한 재료가 없거나 급할 때, 뾰족한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때 떡만둣국을 끓인다.

집 앞 떡집에서 썰어진 가래떡 한 봉투를 미리 사둔다. 소여사가 다니는 단골 떡집 가래떡은 국물에 넣어도 쉬 퍼지지 않고 쫀득거린다. 어떤 곳은 가래떡을 너무 얇게 썰거나 가래떡이 덜 말라 다 먹기도 전에 퍼져버린다. 아이들 입에 쏙쏙 넣기 편한 작은 크기의 냉동만두는 냉동실에 구비해 둔다.

소여사는 멸치육수를 진하게 내는데 말려둔 양파껍질과 표고버섯기둥을 함께 넣는다. 양파껍질을 넣으면 국물이 살짝 붉은기가 돈다. 씻어서 채에 받쳐둔 가래떡을 먼저 넣는다. 가래떡 한 두 개가 동동 떠오르기 시작하면 만두를 넣어준다. 소여사표 집간장, 굵은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계란 아래쪽을 젓가락으로 톡톡 깨서 구멍을 낸 다음 손에 쥐고 국물 위에 흩뿌리면 계란이 적당히 풀려 제자리를 찾는다.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에 계란에 구멍을 내서 국물에 뿌리는 것은 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송송 썬 대파를 넣고 끓여주면 소여사표 떡만둣국 완성이다.

식탁에 놓인 떡만둣국을 보면 어떤 그릇에는 떡이 많고, 또 어떤 그릇에는 만두가 더 많이 담겨있다. 첫째와 소여사는 쫀득거리는 떡을, 둘째와 나는 만두를 좋아하는 취향을 고려해 그릇에 담았기 때문이다. 후루룩 국물을 즐기는 첫째 그릇에는 국물이 넉넉하고,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건져 먹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 그릇에는 건더기가 국물보다 많다.

한 그릇 음식의 좋은 점은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김치만 놓고 먹어도 진수성찬이 된다. 빨리 먹고 싶은 욕심에 첫째는 앞접시에 조금씩 덜어가며 먹고, 둘째는 물에 띄워 식혀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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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소여사는 마지막에 꼭 생굴을 넣었다. 굴은 오래 끓이면 맛이 없다고 마지막에 넣었는데 굴을 넣으면 전혀 다른 떡만둣국이 됐다. 개운하고 깊고 짭조름한 바다맛이 났다. 굴이 싱싱할수록 바다맛이 진했다. 굴을 즐기지 않는 나는 소여사의 그릇에 굴을 덜어내곤 했는데 이상하게 바다맛이 나는 국물은 좋아해서 그릇째 국물을 들고 마셨다.

소여사는 설날이 아니어도 반찬이 없을 때, 밥맛이 없을 때, 국물이 먹고 싶을 때 떡만둣국을 끓인다. 1월에는 신정도 있고 구정도 들어있으니 떡만둣국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

아차! 나이도 먹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