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본캐는 19년 차 월급생활자라서 매월 25이면 월급을 받는다. 19년 동안 직장에서 급여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동결되면 동결인 채로 비슷비슷한 수입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크게 변동될 일이 없는 셈이다.
수입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니 한 달 생활도 그 안에서 움직인다. 미리 예상하지 못한 지출은 부담이 된다. 월급을 받으면 예산 항목을 정해 딱 그만큼씩 각각의 통장에 나눠둔다. 대출금과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와 부모님 용돈 같은 비용을 우선순위에 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자유롭게 사용할 용돈 개념의 예산은 늘 뒤로 밀렸다. 저축은 엄두 내기 힘들고, 딱 한 달만큼의 삶을 반복하고 있다.
‘목요일 그녀’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일들은 블로그, 모임, 인플루언서 활동 등 여러 가지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부캐 활동을 통해 얻는 수입이 생겼다. 도서 전문 인플루언서가 된 이후 광고 수입이 전보다 늘었다. 인플루언서에는 ‘키워드 챌린지’라는 게 있다. 키워드가 상위 노출이 되면 프리미엄 광고가 붙고 거기에 따라 광고 수입이 더 생기는 구조다.
이 글을 쓰면서 2022년 10월까지 10개월 간 부캐 활동으로 얻은 수입을 계산해 봤다. 총수입 중 70프로가 모임과 강연, 코칭으로 얻은 수입이었고 30프로가 광고 수입이었다. 수입 중, 모임 진행비로 다시 사용하는 금액이 많기 때문에 수입 전부가 순수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익도 생긴다는 건 금액과 상관없이 의미 있는 일이었다.
블로그를 통해 수익이 생기고, 모임이나 원고료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생기면서 내가 사용하는 개인 통장을 채울 수 있었다. 나를 위해 눈치 보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모임을 진행하는 게 아웃풋이면 나를 채울 수 있는 인풋을 위한 활동도 필요했다. 다른 모임에 참여해 배우기도 하고, 좋은 강의를 듣고 싶을 때 비용에 부담을 갖지 않고 지출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생활비 예산에서 쪼개서 써야 했다면 매번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놓쳐버렸을 거다.
N잡러나 부업처럼 돈을 많이 벌어야 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집중하는 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더 성장해 나가는 거다. 수익이 더 생긴다면 좋지만 욕심을 부려 내 능력 밖의 일을 벌이고 싶지는 않다.
당장은 아니지만 월급 생활자의 삶이라는 게 언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더 지나면 1인 창업을 할 수 도 있고, 이직을 할 수도 있고,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 순간이 왔을 때 두려움보다 유연한 마음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금 시간들을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고료는 없지만 매월 마감을 지켜 원고를 쓰는 웹진 기고가 그렇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만큼 좋아요도, 구독자도 늘지 않는 브런치 글쓰기가 그렇다. 꾸준히 나만의 콘텐츠를 쌓아가면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겁내지 않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월급 생활자로 살면서 부캐의 삶을 이어가겠지만 앞으로 흘러갈 인생의 방향은 장담할 수 없으니까 시간이 흐른 뒤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더라도 준비되어 있던 것처럼 의연하게 맞이하고 싶다.
부캐의 삶을 사는 동안은 ‘성장’과 ‘만족’에 초점을 두고 싶다. 남들을 부러워하거나 당장 할 수 없는 일에 욕심내지 않고 느리더라도 온전하게 나의 것을 만들어 가는 일, 그로 인해 내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게 지금 내가 바라는 한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