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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14. 2022

내성적인 내가 좋아졌다

남인숙 작가의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라는 책 속에 ‘나는 내향적인 사람일까?’ 체크리스트가 있다. 12가지의 문항 중 10개 이상에 해당되면 전형적인 내향인이라고 하는데 나는 12가지 모두에 체크를 했다.      

□ 가장 기쁘거나 행복한 순간에 혼자 있어도 상관없다

□ 여행 일정이 잡히면 좋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 일주일 동안 외출 안 하고 사람을 안 만나도 심심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 외근을 나갔다가 두어 시간 비면 근처에 있는 지인을 불러내는 것보다 혼자 커피숍에서 쉬는 게 좋다 

□ 실연이나 배신 같은 일로 크게 상심한 직후에는 혼자 있고 싶다 

□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임은 피곤하다일대일 만남이 좋다

□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이 재미있다면 듣기만 하는 것도 좋다굳이 내가 말할 필요를 못 느낀다

□ 내가 한 말을 후회할 때가 많고그걸 오래 기억한다

□ 내 방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 상대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약속이 취소되면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그렇다고 만남이 싫은 건 아니다막상 만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긴장성 두통에 시달릴 때가 많다

□ 일을 벌이는 게 싫다그러나 일단 벌인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10개 이상에 해당되면 전형적인 내향인

7~9개에 해당되면 내향인 성향      

 -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남인숙, 21세기북스   

  

결과대로라면 나는 내향적인 사람임에 분명했다. 거기에 더해 남 눈치 보기, 내 탓으로 돌리기, 소심함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내가. 어디서 용기가 나서 모임을 두 세 개씩 진행하게 됐을까 가끔 생각한다.      

소심함은 때론 신중하다는 말로 옮겨도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일을 끝마치기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잘 해내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말로도 바꿔 말해보고 싶다.      

소심해서 늘 조용히 있는 사람이었지만 내가 기획한 일을 맡고 나니 진심으로 그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소심한 나라서 모임을 참여할 수 있을까, 의견을 말해도 될까 쭈뼛거리는 멤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용기를 낸다는 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 하나를 걷어내는 일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그 막을 걷어내고 나오면 새로운 세상에 한 발 내딛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가끔 블로그에 모집글을 올리면 마감 후에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 “모집 끝났나요?” “고민하는 사이 마감이 됐어요. 꼭 하고 싶었는데요.” 예전의 내 모습 같았다. 아마 수천번 수만 번 할 수 있을까, 끼어도 될까 같은 고민을 하느라 시간을 보냈을 거다. 그런데 막상 마감 공지를 보고 나면 ‘아, 신청할 걸.’ 하는 후회를 하게 되는 그 마음까지 모두 나도 가졌던 마음이다.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잡는 건 누구나가 아니라 나 자신이어야 의미가 있다. 쭈뼛거리는 마음 대신 눈 딱 감고 먼저 저지르고 보는 용기. 그 한 번의 용기면 충분하다. 그다음은 생각보다 멋질 거라고 확신한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일상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내 외향적 구분이 활발한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지, 사회생활은 무리 없이 잘하는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성적인 사람은 물리적, 감정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다. 그래서 바깥세상의 사소한 변수조차 자극이 된다. 잠깐의 외출, 가벼운 상호 작용만으로도 피곤해진다. 이를테면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기능이 켜져 있는 휴대폰과 같다. 굳이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온갖 전파까지 다 감지해 감응하다가 배터리가 금세 방전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이들은 보다 많은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내향인이어도 나처럼 선택적으로 방전이 잘되는 삶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 그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경험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일탈일 뿐 내 본성과는 거리가 멀다.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시간도 충분히 즐겁지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이다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남인숙, 21세기북스     


책 속의 문장을 읽다가 번쩍 머릿속이 맑아졌다. 선택적으로 결정하는 것. 내성적인 나라도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회로 튀어나갈 스위치를 누르는 거다. 그리고 다시 조용한 시간으로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는 거다.     

 

출처 : 픽사 베이


‘사람들과 얽히는 게 힘든데.’ ‘나는 말도 잘 못하는데.’ ‘비판을 받으면 금세 주눅이 드는데.’ 나 역시 시작을 앞두고 이런 고민과 마주했다. 모임을 운영하며 한 발짝 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내성적인 사람인 게 맞다. 그럼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어서, 잘하고 싶은 일이어서 그 순간 온몸의 에너지를 끌어 모은다. 집중하고 도전하고 용기를 낸다.    

  

스스로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용히 혼자만의 공간에 움츠리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면 이때다! 하고 문을 열어 한 발짝 나가 보는 건 어떨까?      


우리 이제 내성적인 스스로를 자신 있게 드러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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