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흔적'
1977년 한 미군 병사가 한탄강변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병사의 이름은 그렉 보웬, 애인의 이름은 이상미, 그들은 코펠에 커피를 끓이기 위해 주변의 돌을 줍기 시작했다. 그렉 보웬은 돌 가운데 심상치 않은 모양의 돌을 여러 점 찾았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 대학 고고학과 학생이었으나 미군에 입대해 기상 관측병으로 활동하던 중이었다.
그는 이 돌들을 프랑스의 고고학 권위자에게 소포로 부쳐서 알렸고 이후 ㅍ랑스의 교수가 서울대 고고학과 김원용 교수에게 유물을 보내어 조사를 요청했다. 이렇게 밝혀진 것이 바로 ‘전곡리 주먹도끼’로 30만 년 전의 구석기 유적이다. 서울대 박물관은 이 일을 계기로 전곡리 일대 4500 점의 유물을 발견했다. 종류로는 주먹도끼, 사냥돌, 주먹찌르개, 긁개, 홍날, 찌르개 등 다양하다. (네이버 나무위키 그렉 보웬)
나무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인간이 숲을 나와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은 강가였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흔적’이다.
이런 흔적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굴되고 있다. 강물은 흐름이 빨라지면 돌이란 돌을 모두 떠내려 보낸다. 돌들이 떠내려 가면서 서로 부딪쳐 모서리는 갈아지고 울퉁불퉁한 모습을 잃게 된다. 돌들은 크기에 따라 주변 개흙에 파묻혀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강돌은 거의 둥글둥글한 이유다. 이상하게 많은 돌 중 전혀 매끄럽지 않은 돌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양쪽을 두드려 깨 놓은 듯이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런 모양을 만들었을까? 분명 인간이 만진 흔적이다. 이와 같은 일을 해 낸 것은 강물이 아니라 인간이 분명하다. 이것은 그곳에 살았던 인간의 유품이며 그들의 자취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많은 돌 가운데 도구로 쓰기에 적당한 돌을 골라 사용했을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손을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짐승도 먹이를 얻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예는 있다. 하지만 짐승들이 사용한 도구는 스스로 만들 것이 아니다. 혹시나 그들이 만들었다 해도 짐승은 사용한 도구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짐승의 도구는 점점 발전하지 않는다.
처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강기슭이나 모래톱 속에서 그 인공적인 발톱이나 부리에 알맞은 재료를 구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작업을 한 시초였다. 인간의 도구는 사용한 다음 다른 사람이 사용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사용하기도 한다. 인간의 도구는 처음 만들어 사용하였던 도구보다 점점 발전하였고 이러한 도구의 발전은 인간의 생활은 향상했다. 잔돌멩이나 자갈을 채취하는 강가의 채사장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 돌연장은 인간이 손을 쓰게 되었다는 흔적이다.
우리들은 과거에의 여행에서 어떠한 것을 알 수 있을까?
강의 흐름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그 수원을 발견해 내는 탐험가처럼 우리는 그것에서부터 인간의 경험이라는 큰 강물의 수원이 되고 있는 조그만 개울에 도달한다. 그곳에는 그들이 남기고 간 유물들이 남아 있었다. 그 유물 가운데에서 우리는 그 인류 사회의 시초, 말을 시초, 사색의 시초를 발견했다.
강물이 흘러드는 지류와 합칠 때마다 점차 물이 불어나듯이 인류의 경험이라는 강도 점차 깊고 넓어져 갔다. 다른 동물과 다르게 인간은 세대마다 그 경험이 집약되어 더 넓은 강으로 옮겨졌다. 인간이 살았던 강가는 시간이 흘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연의 파괴력 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대항할 수 없었다. 사람이나 종족의 흔적도 그들이 살았던 거리나 마을도 집들도 무엇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해 버렸다.
그러나 인류의 경험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시간의 힘을 이겨내고 언어와 기술 속에 줄곧 살아남았다. 하나하나의 말속에, 하나하나의 동작 속에, 하나하나의 개념 속에 , 각 세대의 경험이 집적되고 통합되었다. 인간의 삶의 흔적에는 하나도 헛된 것은 없었다.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이 한 방울도 헛되지 않은 것처럼 인류의 경험은 후손에게 전달되었다.
인류의 경험이라는 큰 강에서 과거 인간의 일과 현재 인간의 일이 합류되어 하나가 되었다.
현재의 삶은 인류가 쌓아 온 경험의 결과다.
인류가 쌓아 온 경험의 상류에서 그 흔적을 찾는 것은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인간의 노동이나 언어와 사고가 여기에서 출발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