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잔소리가 많은 이유

선사인의 언어

by 풀솜

TV를 보고 있었다. 76세 할아버지가 낮에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에 중학교 과정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가는 모습이 비쳤다.


리포터 : 이제 쉬어도 되실 연세신데 왜 공부를 하세요?

할아버지 : 손자손녀에게 뭔가 알려주고 싶어서 하는 거야.

알려줄 게 있어야지.


손자 손녀는 아들이 미국 유학 가서 낳았고 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주 기초적인 영어 단어조차 힘들어하셨다. 도대체 뭘 알려주겠다는 것인가? 3대가 사는 할아버지 농장에서 할아버지는 이미 많은 것을 자손들에게 알려주셨다. 중학교 과정의 공부를 할아버지가 그 연세에 배워서 가르치신다는 것이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할아버지 자신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차라리 그동안 배우지 못한 한을 지금이라도 풀려고 배우신다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할아버지가 손녀 손자를 언급하는 것은 자신의 욕망보다 자손에게 뭔가 해 주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마음일 것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손녀들과 영상통화를 자주 한다.

겨우 눈을 맞추는 아기에게

'엄마 해봐.'

'엄마, 엄마, 맘마, 할머니, 좋아, 예뻐'를 수없이 반복한다.

아이가 반응을 하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자손에게 뭔가 알려주고자 하는 것은 거의 인간의 본능이다.

선사시대 연장과 도구를 만들어 자손에게 알려주고 그 노력으로 인해 인간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인간은 자손의 생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하기 위해 하나라도 가르치려 노력하는 것이다.




동물세계에서 자연을 극복하고 경쟁에 살아남았다는 것은 동물마다 나름의 상당한 전략이 숨어있다는 증거다. 인간의 생존전략은 단연 습득이다. 인간은 많은 것을 배워야 홀로 설 수 있다. 인간의 선조들은 그들의 후손에게 사냥과 연장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주거지와 불을 주었다.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삶의 노하우는 1만 년에 걸친 조상들의 경험에서 나왔다. 이러한 노하우를 얻기까지 조상들은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와 연장은 후손에게 전해졌다. 후손에게 전해질 때마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전해졌다. 드디어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었다. 조상들이 가르친 대로 하는 자는 불행이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선조들의 지혜 덕분에 인간은 지구상에서 생존확률이 높았다.


선조들의 지혜는 어떤 방법으로 후손에게 전해졌을까?

선사인에게 언어가 있었을까?

인간의 언어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인류가 처음 지구상에 살았던 모습을 지금 알 수는 없다. 사실 원시인이 어떻게 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현 상황에서 추정한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보듯 원시인들은 동물의 가죽을 걸치고 주먹으로 '우가 우가' 하며 가슴을 치며 마치 동물과 같이 말을 했을까? 현재 원시인들의 생활을 재현한 모습은 동물 중 가장 인간에 가깝다는 침팬지의 모습을 따라 만들어진 이미지다.


원시인의 지능은 어느 정도였을까? 10만 년 전 원시인들의 뇌 용량이 현대인보다 컸다는 보고도 있다. 지구상에 살았던 어느 시대의 사람보다 초기에 살았던 사람들 또한 삶의 지혜를 갖고 적극적으로 살았을 것이다. 원시인들은 현대인보다 생존을 위해 자연물들의 특성을 통찰하고 주변 상황을 읽고 계산하는 능력은 훨씬 뛰어났다. 자연물을 이용해 복잡한 도구를 만들고 다른 원시인과 협력할 줄 알려면 정신활동이 왕성하고 신체 또한 건강하였을 것이다. 자연은 살아있는 생물에게 만만한 곳이 아니니까....




조상들은 후손에게 본능적으로 가르치려 노력한다.


인간 최초의 배움은 몸짓말이다. 태어나서 말이나 글을 배우기 전부터 자식은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며 그대로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운다. 말없이 몸짓이나 표정으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라고 할 때 고개만 끄떡이고 ‘아니다’라고 할 때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집단생활을 했던 선사인들 은 상대방이 한 손을 높이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하면 ‘저 사람이 지금 활을 쏘고 있구나’ 하고 알아들었다.


조상들은 신의 힘을 빌려 말하기도 한다. 원시시대 자연이나 신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은 후손에게 신의 힘을 빌어 자신의 말에 힘을 싣기 위함이기도 하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힘을 실어 이야기해야 후손들이 수긍하고 이를 지키도록 노력한다. 이 모두가 후손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에 있어 선사인에게서 독특한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원시시대 초기 발견되는 토테미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원시인들이 자신이 사냥으로 동물을 잡으면 동물이 우리는 위해 잡혔다고 표현한다. 자신의 노력으로 잡은 동물을 나눠 먹으면서도 내 노력에 의해 동물을 잡아 우리가 잘 먹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동물이 우리를 위해 죽어주어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의 효과는 크다. 후손들은 그들의 식량이 되는 동물을 신성시하고 보호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식량을 위해 그 동물이 죽었기 때문에 죄의식을 줄었다.


이것은 철저히 자손을 위해 구성된 생각이다.






조상들은 후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그림으로 남겼다.


19세기말 한 고고학자가 그의 딸과 함께 동굴조사를 하게 되었다. 동굴벽에는 방금 그려 놓은 것과 같은 소와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동굴 안에서 그림뿐 아니라 누렇게 부서진 사람의 두개골도 발견되었다. 동굴에 아득히 먼 옛날 원시인들이 추위를 피해 동굴에 들어와 불을 피우고 불 주위에 모여 생활했다는 증거다. 그들은 사냥해서 잡아온 동물을 손질하고 동물의 가죽으로 의복을 만들었다. 그들은 동굴 벽 위에 뼈 또는 뿔로 만든 도구로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은 그들이 잡았던 동물들이다.


스크린샷_19-12-2024_95934_cloudstorage.naver.com.jpeg 가우디 카프리초, 알타미라 동굴벽화


왜 그림을 남겼을까?


그 그림은 자손들에게 우리의 양식이 되는 소는 이렇게 생겼으니 이런 동물을 사냥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그림이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 후손까지 우리의 먹잇감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려주기 위해 동굴벽에 그림을 남겼다. 그 그림은 하나의 정보였고 또 다른 언어였다.


이 같은 그림은 동굴뿐 아니라 강가에서도 발견된다. 우리나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또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다. 반구대의 탁본을 살펴보면 소, 호랑이, 표범, 사슴, 멧돼지 등 육지 생물과 여러 종류의 고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글자가 없었던 시절 후손에게 어떤 동물을 잡아야 하는지 어떤 동물은 피해야 하는지 조상들이 남긴 그림이다.


KakaoTalk_20241219_101033136.jpg 반구대 암각화 춤북대학교 소장 탁본



인간의 조상은 후손들에게 전하고 싶은 정보와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것은 후손들이 살아가면서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 더 좋은 환경에 살아가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발전했다.


그것이 부모님 잔소리가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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