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만들어 낸 창조

필요에 의해 만든 도구들

by 풀솜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것을 자신들이 필요한 도구로 만들기 시작했다.


산에 올라 숲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은 즐겁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오솔길을 걷기도 하고 햇살에 비치는 나뭇잎을 보고 땅 위에 올라오는 어린싹이 신비롭다. 어쩌다 식용버섯이나 빨간 살딸기라도 발견하면 가슴 벅찬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버섯 따고 딸기를 채집하는 일이 본업이었을 때는 어떨까?


TV에서 자연이나 산삼이나 버섯을 캐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아침부터 호기롭게 산에 오른다. 어느 날은 버섯을 많이 캐서 가방 가득 채워 돌아올 수도 있지만 하루종일 헤매어도 빈 가방만 들고 올 수도 있다. 그들이 돌아오면 집에 먹을 것이 있으니 다음날 다시 가면 된다. 하지만 집에 먹을 것이 없이 날마다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녀야 한다면 수확물 없이 집에 오면 굶을 수밖에 없다.


원시인들은 하루종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숲을 돌아다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숲과 숲 속 초지를 돌아다녀도 그들의 먹이는 풍족하지 않았다. 먹을 것을 구했다 하더라도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나 다른 사람에게도 주어야 했다. 저장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원시인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잠을 잘 시간 이외의 시간은 모두 먹을 것을 찾으러 다녔다.




인간은 사냥을 하기에도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힘으로 하면 사자나 호랑이를 대적할 수 없다. 먹이를 따라잡을 만큼 빠르게 달리지도 못했다. 날개가 있는 새처럼 멀리서 보고 먹이를 낚아챌 수도 없었다. 따라서 작은 동물만 잡거나 식물을 채집해서 먹을 것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식물을 먹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높은 나무의 열매는 딸 수도 없었고 뭐든 소화시킬 소화기관도 갖지 못했다.


도구 없는 인간을 상상해 보라.

만일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같이 능력 있는 땅을 팔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높이 있는 열매를 딸 수 있을 만큼 신팔이 달린 손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치자.


지금과 같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 손이 아무리 능력 있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연장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 못한다. 삽모양의 손은 땅을 팔 수는 있지만 항상 몸에 지녀야 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때는 오히려 불편하다. 만약에 사람이 두더지처럼 땅 속에 산다면 손삽이 필요하겠지만 지상에서는 오히려 그와 같은 모양의 손은 방해가 될 수 있다. 더 황당한 일은 그 사람이 죽을 때 그 삽도 죽어버려 그 사람과 더불어 땅 속에 묻힌다는 것이다.


인간은 다행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인간은 자기 손에 삽이 생기는 것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인간은 삽뿐만이 아니라 주머니 칼도 도끼도 그 밖의 숱한 연장도 자기 자신이 만들어냈던 것이다.

도구를 발명함으로써 인간은 다른 동물과의 경쟁에서 그 무엇도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민활성을 얻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이 처음부터 도구를 만든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강가를 돌아다니며 오랜 시간 걸쳐 자연의 작용으로 모서리가 깎이고 저며진 예리한 돌을 찾았다. 그러나 자연에서 찾은 돌의 숫자는 몇 개에 불과했다. 돌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에 적합한 돌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수월한 일은 아니다. 아무 돌이나 연장으로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장을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것은 단단하고 모진 부싯돌이 될 만한 돌이다. 그러나 그런 돌은 아무 곳에나 뒹굴고 있지 않다. 그런 돌을 찾아내기 위해 탐색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끝까지 찾지 못하고 헛수고를 할 수도 있다. 그다지 훌륭한 돌이 아닐지라도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족할만한 돌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그 돌로 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돌로 두드리고 문지르고 깎아야 한다. 이 일이 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이런 일들을 처음부터 원활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옛날 인간들이 간단한 석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노력은 현대의 가장 바쁜 사람들 보다 자유시간이 적었을 것이다.


그 뒤 인류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일이 일어났다. 즉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것을 인공적인 것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인간은 자연의 위대한 작업장 한 구석에 자연 속에는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자기 자신의 작업장을 세운 것이다.


재료는 돌에 제한하지 않았다. 몇 천년 뒤에는 돌로 연장을 만든 것과 같은 방법을 금속으로 된 연장을 만드는 데 적용했다. 인간은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자연의 금속 대신 광석을 제련하여 쇠붙이를 얻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 ≪ 발견한 것 ≫ 이 자기 자신이 ≪ 창조한 것 ≫ 으로 옮겼다. 그때마다 인간은 자유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옮겨가고 있었다.


자연은 모든 일을 목적도 계획도 없이 다만 저 스스로 되어 가도록 해 놓는다. 강물의 소용돌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닥치는 대로 돌을 쳐서 깎는다. 똑같은 행위에도 인간은 의식적이고 목적이 있었다. 이리하여 이 세상에 비로소 목적이나 계획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인간은 자연이 만들어 낸 돌을 개조함을 써 조금씩 자연 자체를 정정하고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 일은 인간을 다른 동물보다 한결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려 주었다. 그리고 인간에게 더 큰 자유를 안겨 주었다. 인간이 스스로 돌을 갈고 다듬어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자 인간은 이제 자연이 적당한 돌을 떨어뜨려 주느냐 않느냐에 대해서는 관심도 갖지 않게 되었다.


인간이 만든 도구는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뿐더러 도구를 만드는 방법도 함께 후손에게 물려주었다. 후손은 조상에게서 배운 방법보다 더 발전된 방법을 생각해 냈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동물, 어떠한 경우라도 잡히지 않을 만큼 잘 달리는 동물,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동물.... 인간보다 능력 있는 동물들은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능력도 함께 사라지지만 인간의 도구는 대대손손 지금까지 후손들이 보고 느끼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인간이 도구의 발명으로 사냥이나 채집에서 벗어나 시간과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도구를 만들면서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다.

그것은 노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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