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앙마 Aug 17. 2023

독.립.운.동만 놓고 봐야 제대로 보인다

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임경석, 푸른역사, 2022)

독립유공자 여부는 오직 순수하게 독립운동 공적 유무만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1945년 8.15 이전에 독립운동에 헌신한 공적이 있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p.314)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공통적인 기준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여러 이유로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국가보훈부의 현행 독립유공자 심사 기준에 문제 조항이 있다. 해방 후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거나 동조한 경우에는 독립운동에 현저한 공이 있다고 해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근 국가보훈부로 승격되면서 심사 기준을 개선한다고는 하지만 친북 등 논란이 있는 독립운동가에 대한 포상 기준을 '국민 눈높이'에 맞춘다는 말로 여전히 애매모호한 자의적 기준선을 그어놓고 있다.


앞선 1권에 이어 이 책에서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 특히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분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에는 온갖 이데올로기들이 전 세계적으로 솟아올랐고 사회주의는 특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일으켰다. 백가쟁명에 가까운 이데올로기 투쟁 속에서 사회주의를 독립운동의 씨앗으로 삼은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독립 이후의 행보와는 별개의 문제다.


길고 긴 망각의 세월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략) 그들의 헌신을 지금처럼 계속 잊고 살아도 좋은 것인가? (p.286)


사회주의 운동의 흐름에 따라 많은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이 소련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스탈린식 국가폭력의 희생양이 되었다. 잊힌 많은 독립운동가들 중에는 이러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이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부분집합을 공유했다는 이유는 독립운동가로서의 재조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7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잊으면 안 된다고 침이 마르도록 외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까맣게 잊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제 36년 동안 극적으로 변절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과연 독립운동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 나 역시 선뜻 그러겠노라 다짐하기 어렵다. 그만큼 어려운 길을 한결같이 걸었던 분들이라면 그 자체로 존중받고 예우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되었다. 그만큼 더 많은 독립유공자들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편향된 이데올로기와 가치 판단은 최대한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독립운동 열전' 3권, 4권이 이어서 나올 만큼 제대로된 인식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식과 염치, 혁신과 포용 없이 미래도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