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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달 Nov 17. 2024

새벽 두시


낡은 건물 하나가 보였다.     


‘저기가 명지원룸이로군’    

 

택시를 원룸 앞에 세운 뒤 방향등 표시를 ‘예약중’ 으로 바꾸었다.


새벽 2시, 봐도 앳된 얼굴의 젊은 청년이 품에 작은 포대기를 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원룸 건물에서 나왔다. 포대기 안에 뭐가 들어있는거지? 혁수는 택시에서 내려 남자에게 다가갔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혁수는 남자가 안고 있는 포대기 안을 살폈다. 포대기 안에는 백일쯤 되어 보이는 아기가 혁수를 보며 방긋 웃고 있었다. 망자가 안고 나온 아기라니.. 이거야 원..


'사적인 감정은 금기한다.'


- 전수호씨 되십니까.

- 흐억! ㄴ,누구세요?


청년은 야심한 밤에 나타난 의문의 남자를 보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래, 내가 좀 거침없이 생기긴 했지..게다가 지금 새벽 2시기도 하고 놀랄만도 하지.

혁수는 처음 있는 일도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망자에게 해야할 말을 이어갔다.


- 저는 당신과 같은 망자들을 이승에서 떠돌지 않게 저승으로 인도하는 택시 드라이버입니다. 혹시 안고 있는 아기가 전수호씨 딸인가요?

- 네.. 이 아기가 제 딸이에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청년은 눈시울을 붉히며 안고 있는 아기를 힘껏 끌어안았다.   


대체 왜..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궁금증을 억누르고 혁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전수호씨, 아이를 안고 택시에 타시죠.

- 네.

  

혁수는 아기가 놀라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문을 닫아주었다. 남자가 자리에 앉자 조수석 아래 가방이

꿈틀댔다. 혁수는 '현'이라는 이 검은 뱀이 정말 맘에 들지 않았지만 각자 정해진 대로 해야하는 일이었기에 수 없는 노릇. 가방을 살짝 열자 매케한 연기와 음침한 향이 순식간에 택시안을 에워쌌다. 혁수는 합장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 자입도천신문!


스스스스.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가방에서 검은 뱀이 나왔다.


- 전수호. 9월 1일 새벽 2시 사망. 사인은 심장마비.

- 어디로 인도하면 되는 것이냐.

- 남자는 '청인문' 아기는 '백인문'으로 데려가라!

- 수고했다. 이제 그만 들어가라.


남자가 다시 예를 갖춰 합장하자 뱀은 다시 가방 속으로 사라졌다.


택시의 표시등은 '청인문'과 '백인문'으로 깜박였다. 혁수는 달리기 시작했다.     


- 저는 고아였어요..

 

택시에 탄 망자들의 마지막 넋두리는 금기가 아니다. 한을 조금이나마 풀고 가라는 조금의 배려랄까. 하지만 혁수는 사자의 신분이기에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선 안된다. 그저 묵묵히 들어줄 수 밖에 없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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