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화 알고리즘
좋은 고기를 마트에서 골랐습니다.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서 요리를 시작합니다. 불을 켜고 최적의 온도가 되도록 기다립니다. 올리브 유와 시즈닝을 준비합니다. 함께 먹을 야채들도 씻어서 준비합니다. 적당한 온도로 적당한 시간 동안 고기를 굽고 뒤집습니다. 먹기 좋게 자르고, 접시에 담아냅니다. 적당히 보기 좋도록 배치합니다. 온 집안에 고기 굽는 냄새가 가득합니다. 식탁에서는 가족이 떠들며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싱크대와 조리대 주변은 엉망진창입니다. 먹고 나서 치워야겠죠. 요리라는 과정은 결과물인 스테이크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먹는다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본능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본능에 무언가를 덧붙입니다. 불을 조절하고, 마음을 담고, 기다림을 견딥니다. 향과 색을 더하고, 이야기를 얹습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을, 의미 있는 행동으로 변화시킵니다.
고기의 영양분을 빠르게 섭취하는 최적의 방법은, 아마도 그것을 농축해 알약으로 삼키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기를 고르고, 손질하고, 숙성하고, 불을 지펴 스테이크를 구워냅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식탁에 마주 앉아, 그 조리된 고기를 함께 나눕니다. 칼로리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공학 분야에서는 자원을 줄이고, 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적화(Optimization)는 공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문제는 늘 하나입니다. “무엇을 최적화할 것인가?”
시간을 절약할 것인가? 비용을 줄일 것인가? 에너지를 아낄 것인가? 목적함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모든 판단이 달라집니다.
삶의 목적함수를 ‘더 빠르게, 더 많이’로만 설정하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비효율적인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요리를 최적화한다면, 스토리는 사라질 것입니다.
기다림도, 정성도, 함께 웃었던 식탁의 기억도 사라질 것입니다.
진짜 최적화란,
‘가장 빠른 삶’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것을 얻는 삶’이어야 합니다.
좋은 삶은, 항상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좋은 삶은 때때로 돌아가고, 수고하고, 기다리고, 실패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를 쌓아갑니다.
음식을 조리하듯, 관계를 익히고, 생각을 천천히 굽고, 말 한마디에도 시간을 들이는 삶.
그렇게 ‘요리된 삶’이야말로, 삶의 참된 효과(Effectiveness)를 높이는 길입니다.
“Efficiency is doing things right;
effectiveness is doing the right things.”
— Peter Dru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