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대전현상
봄이 되면 건조해지고, 이맘때 되면 금속성 물체를 만질 때마다 정전기가 자주 튑니다.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정전기가 대전되어서 그렇습니다. 피부는 전자를 잃기가 쉬워서 점점 +로 바뀌어 갑니다. 그러다가 강한 -를 만나면 따끔하게 스파크가 튀는 겁니다.
삶의 에너지도 부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너지의 부호(+, -)에 따라서 주변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주변에 에너지를 뿜어내 주기도 합니다. 언제나 에너지를 뿜어내고 싶지만 삶을 살아가다 보면 마이너스 에너지를 띠는 시기가 있습니다. 지치고, 메마르고, 주변의 공기조차 무거운 그런 때입니다. 보통 저는 이럴 때 쉬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육체적인 쉼을 통해서는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전하를 바꿔줄 만남’입니다.
정전기가 전해지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인사이트가 있습니다.
먼저는 ‘접촉대전’입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두 물체가 맞닿아 전하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실제적인 접촉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사람도 실제적인 접촉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만남 속에서 일어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위로, 깊은 대화는 마이너스인 사람을 플러스로 바꾸는 접촉대전의 순간입니다.
둘째는 ‘유도대전’입니다. 전하가 직접 접촉해서 이동하지 않아도, 가까이 있으면 전기장이 영향을 주는 현상입니다. 좋은 분위기, 건강한 공동체, 밝은 공간은 말없이도 사람의 에너지를 바꿔줍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집안을 정리하라고 하는 자기 계발서의 말들을 자주 듣습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의 분위기는 그만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리적인 환경뿐 아니라 감성적인 환경의 영향도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햇살이 드는 한적한 카페의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알지 못하는 힐링의 현상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환경에 의해 대전되고 있습니다.
독서는 저자와 직접 만나지 않지만, 깊이 감응하게 되는 경험입니다. 생각이 흐르고, 감정이 흔들리고, 믿음이 다져지는 시간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전(charging)되는 시간입니다. 플러스 전하를 품은 책 한 권은 나에게 에너지를 충전해 줍니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새로운 인생의 첫 문장입니다.
“어느 날 나는 책을 한 권 읽었고, 내 인생 전체가 바뀌었다.”
물리적으로 보자면, 음전하가 양전하를 만나면 전자가 이동하여 음전하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깁니다. 비슷하게 에너지가 마이너스인 사람이 플러스인 사람·장소·분위기를 만나면 그 부정적 에너지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장(Field)은 서로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입니다. 나는 지금 마이너스인가요? 플러스인가요? 우리가 만나는 사람, 머무는 장소, 읽는 책 한 권이 에너지 교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부호를 바꾸고자 하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회의를 했습니다. 김대리와 박대리 그리고 신입사원 최사원이 있습니다. 김대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리뷰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서 더 분석할 거리를 제안했습니다.
‘어려운데요‘
‘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알려드리면 어떨까요?’
‘아뇨, 방법을 알아도 어려워요.’
‘아. 그래도 이왕이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추가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프로젝트 이제 시작인데 끝났으면 좋겠네요‘
‘……’
반쯤은 농담 식으로 대답하는 김대리이지만, 함께 회의하는 내내 에너지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글로 써보니까. 더 심각한 대화스타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본인이 그런 음전하를 띄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주변의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가 빨려 나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부호는 그 사람의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회의를 할 때마다 여분의 에너지를 좀 더 준비해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게 리더의 역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s://ko.m.wikipedia.org/wiki/%EB%8C%80%EC%A0%84_(%EB%AC%BC%EB%A6%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