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보여빌리티 vs 있음알려빌리티
“Everyone lives by selling something.”
모든 사람은 무언가를 팔며 살아간다.
이 말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남긴 유명한 문장입니다.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했을 때, 사장님으로부터 계약 당시에는 없던 말을 들었습니다.
“글치 씨, 영업도 좀 해야 할 것 같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강한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나는 엔지니어였습니다.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정밀한 계산을 다루는 사람이었죠.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파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받아들이고 일을 시작한 지 꽤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현실을 통해 배웠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아무리 정교한 솔루션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요.
기술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군가에게 이해되고, 공감받고, 선택받아야 비로소 가치를 가집니다.
처음 고객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을 때는 정말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내가 과연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기술이 정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느껴지는 불안만큼이나, ‘영업’이라는 단어에 대한 저항감도 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객으로부터
“오늘 강의 감사합니다. 잘 배웠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세일즈는 단순히 무언가를 파는 행위가 아니라,
가치를 이해시키고, 함께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기술을 ‘가르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니
설명이 설득이 되고, 설득은 신뢰로 이어졌습니다.
기술자는 기술을 팔기 위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이해시키고, 배움을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런 깨달음은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 조직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사내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동료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저는 점차 나 자신을 드러내고, 제 기술과 생각을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동료들 사이에서 신뢰가 생기고, 점차 영향력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세일즈는 결국 나 자신을 팔아가는 과정입니다.
기술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보고서 한 장, 이메일 한 줄 속에
내 사고방식과 전문성, 일하는 태도가 담겨 있고,
그것이 곧 ‘나’라는 브랜드를 형성합니다.
만약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그 스트레스에 갇혀 자신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셨으면 합니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나를 팔아보자.”
세상은 침묵하는 사람을 대신 팔아주지 않습니다.
가치를 설명하지 않으면, 그 가치는 알려지지 않고,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전달되지 않으면 팔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팔리지 않는 기술은 결국 잊힙니다.
‘있어보여빌리티’라는 말이 있습니다.
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라는 뜻인데,
그 안에는 ‘사실은 제대로 있지 않다’는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물론, 과장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리고 표현하는 용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있음알려빌리티’라고 부릅니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줄 아는 능력.
이것이 인정받는 가장 정직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스티븐슨의 말을 되새겨 봅니다.
“Everyone lives by selling something.”
우리 모두는 무엇인가를 팔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결국, 저는 나 자신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자이면서 말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전문가의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당신도
당신의 기술과 당신 자신을 말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