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치 Mar 15. 2021

학위, So what?

진짜 실력에 대해서

CV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이력서를 많이 써보았다. 주로는 나에게 있는 모든 것을 다 끌어다 모아 나열하는 식이었다. 오만가지 것을 다 모으다 보니 워드 자격증에 운전면허증까지 다 때려 넣어서 빈 공간이 없게 만들어야 안심이 된다.

 이번 CV는 달랐다. 심플했다. 정말 연관된 실적 위주로 내가 너희 회사에 어떤 유익을 줄 수 있는지만을 적었다. 또 자녀가 몇명이고 군필을 했는지 아내의 직업이 뭔지 등등의 개인 신상을 전혀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이력서엔 대부분 키와 몸무게까지도 적게 되어 있다. 나의 CV는 A4 한 장 분량으로 완전히 끝났다. 필요 충분 했다.

‘나는 이렇게 여러가지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으니 나를 뽑아주세요.’ 보다 ‘나는 이렇게 적합한 사람이니 알아서 잡아라’ 느낌으로 자신감을 좀 붙여서 작성 했다. 그동안 써온 수많은 자소서와 이력서 보다 간결하고 내용도 적었지만 자신감이 느껴지는 버젼이라고 생각한다  


CV가 심플해진 이유는 그들의 마인드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몇번의 업무 미팅을 하면서 시니어 엔지니어 그룹이 학위와 무관하게 형성되어 있고, 학위를 갖고 있는 신입이 정말 신입인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실제로 보여준 퍼포먼스로 직책을 결정했고 퍼포먼스가 검증이 안된 상황에서 스팩을 무조건 인정하고 시작하는 일이 드물었다. 물론 학위가 있던 신입이 두각을 나타내어서 지금은 시니어 그룹에 있긴 하다.

말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주니어 그룹에 있는 고스팩 직원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철저한 성과 베이스였음을 사내의 모두가 알고 있고, 큰 이견이 없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나는 나의 학위가 결코 나를 포장해 줄 수 없겠다는 것을 직감 했다.

포장지를 걷어낸 CV.

뭔가 모를 정직해진 느낌...

학위에 대한 선입견이 비교적 적은 모습이 한편으로 괜찮게 여겨진 순간이었다.

얼마후, 또 다른 이슈가 생겼다. 한참 열심히 일하던 엔지니어가 공부를 하러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를 보며 느낀것은 더 공부 안해도 이미 잘 한다 였다. 실제로 기술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었다. 첫 직장에서 학위를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탐탁지 않아 했던 주변의 시선들이 기억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모두가 축하하고 승리?를 기원해주는 분위기였다.

 친구도 본인의 길을 찾아 가는 기대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인지, 공부 하러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친정을 찾듯 찾아오는 것도 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즐거운 일을 더 잘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느낌이랄까?

한국적 토양은? 그런 뿌리를 내려보고 싶은 씨앗들이 용기를 내기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2020년까지는….

이전 02화 커뮤니케이션이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