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멈출 기미가 없다. 날은 좋지만 마음은 우울한 시기, 기분 전환을 핑계 삼아 술자리를 몇 차례 가지면서 (물론 4인을 넘기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비교를 하게 되었다.
마포와 용산, 삼각지 일대에는 전통적 맛집들이 많다. 풋풋했던 청년 시절부터 드나들던 곳, 여전히 그 맛이 남아 있는지 음미하는 것은 산자의 예의다.
마포의 돼지갈비집, 용산의 곱창집과 차돌박이집을 이삼 일 간격으로 순회하며 적잖이 놀랐다. 줄서기, 예약하기, 신속하게 먹고 일어서야 하는 분위기들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잘 나가는 곳의 저력이 이런 것인가 입맛을 다시며 나올 때의 기분은 조금씩 달랐다. 다음은 오로지 주관적인 세 식당에 대한 평이다.
# 1번 식당(돼지갈비집)
아들네가 운영 바통을 이어받은 듯. 메뉴와 맛이 20년, 30년 전과 (놀라울 만큼) 똑같다. 종업원들(아주머니들과 숯불 올리는 아저씨)의 태도도 늘 밝고 친절. 체온 측정과 방문기록 체크, 방역 관리 등 새로운 관리도 척척 물 흐르듯해 서비스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식당을 나서며 과거의 어떤 추억이 떠올랐다.
돼지갈비 외에도 미니동치미국수, 된장찌개에 비벼 먹는 밥맛, 식혜 맛이 좋다 보니, 정작 먹음직스럽게 보이던 총각김치를 남긴 게 아쉬웠던 날, 오늘도 또 그랬네.
# 2번 식당(차돌박이집)
아들네가 운영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모친도 계속 관여하는 듯. 메뉴와 맛이 예전과 똑같고 건물 구조 때문인지 (많은 식당들이 대부분 식탁용으로 바꾸고 있는 와중에도) 앉은자리 밥상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돌이켜 보니 이 집은 차돌박이 고기질보다 양념장, 마무리로 먹는 된장국 비빔밥이 명물이었다. 그런데 묘하다. 과거에도 그랬지 않았나? 종업원의 서비스가 왠지 퉁명스럽고 부산스러운 느낌이다. 체온 측정, 방문기록 작성을 하는 과정에서 슬쩍 기분이 나빠질 뻔했다. 딱히 불친절한 것도 아니고 맛도 괜찮고, 이름값을 하는 것은 분명한데, 왜 그럴까. 골목길을 빠져나오며 문득 떠올랐다. 옛날에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여기를 걸었었지.
# 3번 식당(곱창집)
입구에서 안내하는 노인 부부는 여전하다. 주인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노부부의 인상이 익숙하다. 원형 스테인리스 구이판도, 음식이 나오는 시스템도 변함이 없다. 놀라운 것은 우리 테이블 담당 아주머니. 1년에 한두 번? 때로는 수 년에 한 번 들르는 집인데 늘 생글생글 웃으며 가위질을 솜씨 있게 한다. 바쁜 와중에도 무엇이 떨어졌는지 눈치 있게 봐가며 제때제때 해결해준다. 이 집에서 30년 일해 왔다고 하니 당연할 수도 있다. 식당 일을 하면서 아이들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얼마 전 손주까지 봤다는… 종업원을 보면 식당을 알 수 있다. 계산하고 나올 때 입구에서 인사하는 노인 부부의 얼굴을 다시 한번 봤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고난이 들이닥쳐도 여전히 잘 되는 곳들이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으리라. 그것을 한결같음이라는 말로 국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