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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Jun 30. 2021

당신은 정상인?

정신건강측정기가 필요하다

“정상입니다.” 

체온 측정기 여자의 목소리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단 ‘정상인’ 인정을 받고, 식당에 가면 또 ‘정상인’ 체크를 받고, 타 회사를 방문할 때도 ‘정상인’으로 인정을 받아야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정상인 자격을 받으면 일단 마음이 편해진다. 하지만 매사 그렇듯, 반복 행위가 계속되면 두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시름시름 순응하고 젖어가는 부류와 갸우뚱갸우뚱 의구심을 갖는 부류이다. 양자가 딱 구분되는 것만은 아니다. 순응하다 탈출하는 자, 탈출하려다 순응하는 자, 날마다 오락가락하는 자… 이를 경계인이라 한다.

     

“정상입니다.”

낭랑한 목소리를 듣고 돌아서는데 문득 ‘정상인’이 아닌 사람은 무엇이라 하는지 궁금해졌다.

체온은 정상인데 혈압이나 혈당이 비정상이거나 육체의 어느 곳이 비정상인 경우도 있다. 이를 가리켜 환자나 장애인이라 부른다. 오래 전 어떤 시기에는 ‘병신’이라는 용어도 별 생각없이 사용했다.

 

그 중에서도 정신이 비정상인 경우는 체크하기도 쉽지 않다. 육체의 이상은 감지하기가 쉽고 스스로 불편하여 전문가(의사들이겠지)를 찾아 치료를 받지만 정신의 이상은 ‘미친’ 사람 취급받는 게 두려워 체크를 꺼리게 된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그밖에도 많다. 날마다 체중을 체크하며 정상인의 숫자를 찾으려는 다이어트족들, 날마다 점수를 체크하며 정상(물론 이 정상과 그 정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 정상과 이 정상을 같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에 다가서려는 이들, 정상적 키를 갖기 위해 발육제를 복용하고 키높이 구두를 찾는 이들…     


도대체 정상의 기준은 무엇인가.

사람의 체온은 36.5도를 기준으로 ± 1~2도의 여유를 둔다. 혈압은 120/80을 기준으로 140/90~90/60까지 여유를 두며 나이와 체질 등을 감안해 정상과 비정상의 폭을 넓혀 둔다. 식품의 유통기한 역시 최종 날짜에 여유를 두고 있고, 고속도로의 차간 거리 기준도 속도 대비 거리에 최대 여유를 둔 수치라고 한다.

 

정상의 폭은 생각보다 넓은데 사용자들은 의외로 좁게 활용한다. 폭을 좁히면 좁힐수록 획일화되고 사유의 폭도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도 헷갈릴 것이다. 고로, 정상인은 비정상인을 비정상적으로 보지 않아야 정상인이라 할 수 있다.


체온측정기를 벗어나면 더욱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알길이 없을 것. 이럴 때 딱, 정신건강측정기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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