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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Aug 19. 2021

꿈이 뭐예요?

꿈을 묻는 방법

한 초등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묻는 조사를 했다. 

대통령, 의사, 과학자, 판사, 선생님… 수많은 직업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저마다의 꿈들을 살펴보던 선생님, 갑자기 눈이 커졌다. 

‘장래 희망 : 농사꾼.’


선생님은 그 종이를 들고 다른 선생님들을 찾았다. 다른 반, 다른 학년, 전체 학생 2300여명의 꿈 중에 농사꾼은 없었다.

아이는 선생님에게 불려갔고, 농사꾼을 꿈으로 적은 유일한 학생임을 고지받았고, ‘왜 농사꾼을 적었냐’는 질문(혹은 추궁)에 답을 해야 했다.


“우리 집은 농사를 짓는데요?” 

“그래서?”

“그러니까 저도 크면 농사꾼이 되려구요.”

“그게 꿈이라고?”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이런 추궁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이 대화가 농사꾼이 아니라 농부나 농민, 농업경영인 따위의 용어 문제가 아님은 확실했다. 농사를 짓고 살겠다는 꿈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을, 존경하는 선생님이 반복하고 있음을 확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장래희망 조사는 모든 학교에서 연례적으로 한다. 개인의 꿈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종합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직업을 묻는 조사로 단순하게 이뤄지고 있다(아닌 곳도 있으리라).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0년 기준 학생들의 꿈 Top10(많이 꼽은 순)은 다음과 같다.

√ 초등학생 : 운동선수, 의사, 교사, 크리에이터, 프로게이머, 경찰관, 요리사, 가수, 만화가, 제과․제빵사

√ 중학생 : 교사, 의사, 경찰관, 군인, 운동선수, 공무원, 뷰티디자이너, 간호사, 컴퓨터 그래픽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 요리사

√ 고등학생 : 교사, 간호사, 생명과학자/연구원, 군인, 의사, 경찰관, 컴퓨터공학자, 뷰티디자이너, 의료/보건인, 공무원    


이 아이들의 부모 세대(1970~80년대쯤)에서는 대통령, 장군, 과학자, 법관, 의료인(의사/간호사), 선생님 등이 많았다. 유년의 꿈은 변화무쌍한 것이고, 꿈처럼 자유로운 것도 없으니 어느 세대의 꿈이 낫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사꾼을 꿈꾸면 안 된다는 사고는 이상하다. 그것이 특정한 사람이 아닌 한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라면 더욱 불행하다.

  

농사꾼을 장래희망으로 써냈던 그 학생은 후일 손에 꼽히는 유기농업인이 된다. 그는 청년시절 직업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법대생들이 사법고시를 준비하듯이, 농대생들은 농사를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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