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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Sep 14. 2022

100원빵은 3000원

대안을 찾아서

#1

철원 고석정에서 100원빵을 사먹었다. 100원인 줄 알았는데 3000원이나 했다. 

고작 붕어빵 만한 것이 3000원이나 하는 데에 일단 당황했고, 빵의 얼굴에 100원을 디자인한 값이 3000원인 것을 알고 약간 기분이 나빠질 뻔했다. 

하지만 100원을 베어 무는 순간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기분을 되살려 주었다. 


100원빵은 경주 관광지에서 히트한 10원빵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고석정뿐만 아니라 통영이나 거제 같은 관광지에서도 판매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고석정 100원빵은 철원 특산물인 오대쌀로 만든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지역에서 개발한 특산품인 셈이다. 속에 치즈를 넣어 붕어빵처럼 굽는데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하는 대로 즉석에서 구이판을 돌린다. 때문에 줄 서 기다리는 이들이 제법 많다.      


#2

100원빵을 먹는데 뜬금없이 돈가스가 떠올랐다. 어렸을 때 돈가스를 처음 먹고  친구들과 다툰 적이 있었다. 돈가스 접시위에 쌀밥이 깔려 있었고 돈가스의 주요리인 고기튀김을 먹으며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데 고기보다 밥맛이 더 좋았다. 이튿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친구들은 "서양요리’가 분명한 돈가스에 왜 빵이 아닌 밥이 나오느냐"고 분분 의견을 토했다. 왠지 일리 있는 말이었지만 어젯저녁 틀림없이 밥을 비벼 먹었던 나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주머닛돈을 그러모아 다같이 돈가스를 먹으러 갔다. 그로써 모든 불신은 해소되고, 말싸움도 당연히 끝나고, 우리는 다시 즐거운 공놀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우리는 다시 고기 맛이 좋으니 밥맛이 더 낫니, 이차 대전을 벌였다.

고석정 100원빵 구이틀

#3 

돈가스는 돼지 돈(豚)과 커틀렛(Kotlet)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합성어다. 돼지고기로 만든 커틀렛(고기를 빵가루에 묻혀 튀긴 요리라는 뜻인데 일본인들이 커틀렛 발음을 제대로 못해 카트레, 카츠, 까스, 가스 식으로 변화해 우리에게 돈가스로 전해졌다)이다.

             

쌀을 밥으로만 먹지 않고 빵이나 과자, 구이나 튀김요리로 개발하는 붐이 한창이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밥이 주식이지만 추석 때 햅쌀밥 먹을 기대로 마음설레는 이들은 보기 힘들어졌다. 그보다는 100원빵 같은 새맛을 찾는 이들이 훨씬 많아진 것이다.

 

일본인들이 돈가스를 개발한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불교국가였던 일본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채식 위주 식사를 했었다) 빵가루에 고기를 (숨겨) 넣어 튀기는 방식으로 육식 대중화를 시도했던 역사를 아는 이들은 드물다.      


#4

올해처럼 물가가 무서운 적이 있었나 싶은 걱정을 전을 부치며 하게 됐다. 기름 값도 거침없이 오르는데 입맛은 고급져지고 까다로워져 요리 종류마다 다른 식용유를 사용하는 시대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세상 하찮은 모든 것들의 (물론 이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하찮다 여겨지는 것들은 섭섭해하지 마시라) 값이 오르는데 세상 귀중한 쌀값만 내리막이다. 


#5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와중에도, 우리는 대안찾기의 귀재 아닌가 하고 100원빵을 먹으며 위안했다. 험난한 세상에 불가능이 없을 리 없지만 대안이 없을 리도 없다. 그러니 작금의 어리숙한 정치권을 보면서도 희망을 잃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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