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소년들

넘어지는 이유

by 포포

광선이는 초등학교 때 '날리던' 친구다. 공부고 운동이고 뭐든지 일등을 다투었다. 순발력 뛰어나고 카리스마도 대단해 우리 친구들 모두 광선이한테 '꼼짝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 운동회날이었다. 운동회의 백미는 역시 마지막의 계주다. 우리반 마지막 주자 역시 광선이. 마지막 한바퀴가 남았을 때까지 1,2위가 오락가락했다. 마침내 마지막 바통이 광선이에게 넘어갔다. 정말 빨랐다. 하지만 경쟁반 최종주자 태순이도 만만치 않았다. 태순이도 운동 천재였다.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태순이,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광선이와 라이벌 관계였다. 경쟁자 둘이 결승점을 앞두고 뛰는데, 육안으로는 누가 1등인지 알 수가 없었다. 최종 테이프를 코앞에 두고 광선이가 풀썩 넘어졌다. 아오, 세상에......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우리는 몇해 동안 기억했다. '그때 넘어지지만 않았다면' 하는 아쉬움을 표하며 한 해 두 해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그날의 일화를 기억하는 친구들도 사라졌다. 다만 광선이가 매우 욕심이 많았던 친구라는 것만을 대부분 기억한다. 야, 그자식 정말 욕심 많았지. 뭐든 1등을 못하면 분해서 참질 못했어. 재능도 그만큼 뛰어났지...

또 세월이 흘러 돌이켜보니 뭔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때 결승점 앞에서 넘어진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1등을 할 수 없는 조바심이 만든 게 아니었을까 싶은 거다. 몸이 마음을 못 따라가 엎어지게 되는 일을 사는 동안 종종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해 한 초등학교 운동회날 사진이 화제가 되는 걸 보았다. 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를 위해 다른 친구들이 똑같이 결승점을 통과하는 장면이다. 모두 같이 꼴찌를 했는지, 모두 같이 일등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게 화제가 되었을 때 그 아이들이 보인 반응이 대박이다. 왜들 그러죠? 이게 뭐가 놀랄 일이죠? 하고 어리둥절해 했다는...... 나는 그 아이들의 사진을 카피해 주머니에 넣어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림 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