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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먹는 까지가 운동이라면 최선을 다해드리겠어요

근데 잔머리를 곁들여서.

by poppy

종국형이 “먹는 것 까지가 운동이다.”라고 했다.

몸이 아팠던 과거를 딛고 일어난 분이라 그런지 한마디 한마디가 끄덕임을 유발한다.

예전에는 맵고, 달고, 짠 거 자극 팡팡 터지는 맛들을 무진장 좋아했다. 잘 먹지도 못하면서 맵부림을 부렸었다. 물론 운동은 숨쉬기밖에 안 했다. 불닭볶음면, 엽떡부터 시작해서 맵다고 하면 도장을 깨던 시절이 있었다.


건강이 박살 난 뒤에는 목숨을 다시 부여받은 사람처럼 완전히 스님밥상처럼 극도로 절제하면서 먹기도 했었다.


그 험난했던 굴곡을 거치고 나서 이제 와서야 나의 식습관, 취향, 루틴을 찾은 느낌이다.







본인만이 가진 취향 찾기


간식을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대뜸 ‘ X 오늘부터 간식 일절금지 X ’라고 하면 초반에는 꾸역꾸역 참을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분명 터지는 날이 온다.

단기간에 입맛을 원초적으로 만들기 위해 짧게 끊는 기간을 가지는 건 좋지만 장기적으로 제한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욕구가 해소되지 못하고 모이면 핵폭탄이 된다.


난 기본적으로 간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입이 심심할 때가 많다. (배가 고픈 것과는 별개다.)

회사에서도 중간중간 간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아주 좋은 것이 '야채 간식.'

오이, 당근, 셀러리, 토마토, 사과 등등을 돌아가며 간식으로 먹는다. 누군가는 네가 토끼나 염소도 아니고 뭐 이런 걸 먹냐 할 수도 있지만 어디 간식에 답이 있었던가. 지금 무진장 열광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엄청 비싼), 달고나, 흑당, 등등 이런 것도 몇 년 전에는 있지도 않았다.

다만 타인과 같이 일하는 공간에서는 호불호가 있는 향을 내는 것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미리 동의 구하는 게 좋다.


요즘에 꽂혀있는 건 오이. (이 전에는 당근이었다. )

자기 전에 오이를 잘게 잘라서 도시락을 준비할 때는 내일 먹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아삭아삭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맴도는 느낌이랄까.

이상한 두근거림이다.



당연 과자, 케이크, 회사에 들어오는 간식들이 더 자극적이니 눈이 돌만하다. 같이 먹으면서 맛이 어떻다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근데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해보면 그건 아무나 다 먹을 수 있는 간식이고, 이건 나만 먹을 수 있는 간식이다.

특별하게 나를 위해서 준비된 '리미티드에디션 오이' 같은 느낌이랄까.

조금 심심하면 크림치즈에 후추를 뿌려서 찍어 먹으면 그럴싸한 요리 같은 비주얼이 된다. 써는 방식이나 모양에 따라서 시각적인 느낌을 달리낼수도 있으며, 실제 식감도 차이 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 있다.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쌓이다 보면 그 버릇이 곧 내가 된다.

회사에서, 친구들, 가족들 내 주변 모두를 나의 성향을 꾸준히, 오랫동안 각인 시켜뒀다. 이제는 내가 과자를 먹으면 요즘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본다. 나도 정말 먹고 싶거나 궁금한 건 먹는다. 근데 입맛이 달라져서 시중에 파는 간식 중에 맛있게 먹은 건 손에 꼽는다.


건강하고 싶다면 건강한 사람이 하는 것을 흉내 내보는 게 최고의 시작이다. 뭐든 처음 시작이 제일 어렵다. 해보고 나서도 별로라면 그때 내게 맞는 다른 방법을 찾으면 그뿐이다. 일단 시도해 보자.




집착하면 오래가지 못하니까.


탄수화물= 쌀밥.

한국, 일본, 중국은 ‘밥’이 주식지만 다른 나라들은 각양각색의 주식이 있다.

옥수수, 감자, 밀같은 구황작물에서부터 빵(난, 토르티야, 바게트), 국수, 만두 등등 다양하다.


난 쌀밥을 먹는 게 조금 번거롭다. 밖에서 사 먹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 반찬을 매번 하기 귀찮고, 기껏 정성 들여 만들어도 양조절 실패로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게 된다.

왜 한국사람인데 쌀밥을 먹는 게 이렇게 귀찮고 어려울까.. 고민에 빠졌을 때가 있었지만, 굳이 하나의 방법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탄단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게 끝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양소만 잘 맞춰먹는다면 굳이 메뉴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마음이 자유로워졌으며 식사가 즐거워졌다.


예를 들자면 요즘에 맛 들인 메뉴로는 에어프라이기에 통밀빵을 바삭하게 굽고, 전용그릇에 양파, 양배추, 닭가슴살, 치즈등을 넣어서 15분 정도 구워준다. (냉장고 털기 할 때 딱이다. 죽어가는 재료들을 한 번에 구원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그러면 노릇-하게 구워진 야채들에게서 달달하고 고소한 냄새가 난다. 소스를 뿌려도 맛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향기를 느껴보려면 살짝 간만 해주는 걸 추천한다. 매번 소스를 기본으로 뿌리면 입맛이 적응을 하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맛을 찾는다. 가끔 속세맛이 그리우면 그때 구비해 둔 소스를 취향껏 뿌려먹으면 좋다. 저당 소스들도 꽤 잘 나와서 입 터질 때 아주 유용하다.


여기에 약간 모자란 야채, 채소 등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추가해 주면 된다.



코스요리를 먹는 것처럼


음식을 ‘코스요리’처럼 먹는 걸 좋아한다. 각 메뉴마다 여유를 가지고 ‘음미’하면서 먹는 걸 말한다. 그렇다고 고급재료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대한 가공되지 않은 생것, 원물 그대로의 재료들이 내는 맛, 향기, 식감을 느끼면서 먹는다. 눈으로 먼저 재료들을 맛본다. 그리고 꼭꼭 씹으며 내 입안에서 울리는 사각사각 씹는 소리를 두 귀로 듣는다. 혀에 닿는 맛에 최대한 집중한다. 최대한 모든 감각을 사용해서 먹어본다.

이때야말로 음식과 제대로 마주하는 시간이다.

마치 근육 찢는 맛을 모르고 무겁게 무게만 치다가, 제대로 된 방법을 찾고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운동을 하는 느낌이 든다.


사실 나는 점심에도 되도록 혼자 생각하며 고요하게 식사하는 편이다. 나는 한식메뉴(반찬과 영양소가 고루 나오는 것)를 좋아한다. 적정량을 퍼서 그릇에 담고 꼭꼭 씹으며 혀에 닿는 음식을 느끼는 것.

7,500원~8,000원의 가격이면서 영양소가 고루 갖춰져 있다니. 나는 그 시간이 정말 귀하고 행복하다. 그러다가 한 번씩 다른 메뉴가 당길 때 동료들과 같이 먹으면 된다.


명품은 본인이 그렇게 취급하고 대해주기 때문에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몸으로 들어와 좋은 양분이 되어줄 음식들을 정성껏 잘 모셔야 한다.




식후 디저트


그리고 식후 디저트도 필요하다.

무가당 두유에 요거트, 냉동블루베리, 그레놀라등을 뿌려먹는다. 견과류나 볶은 콩이 들어가면 더 좋다. 자주 먹는 것들을 추려서 대량으로 구매하면 착한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다.


간혹 분명 밥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땐 냉동망고, 블루베리 같은 걸 사뒀다가 요거트에 섞어 먹으면 좋다.

정말 속세의 맛이 그리울 땐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나 저당 제품들을 먹는 편이다. (요즘 저당 아이스크림도 정말 잘 나온다.)


집착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오래가려면 약간의 편법도 필요하다.



이렇게 식사에 대한 구성을 짜려면 우선 본인이 자주 먹는 식사가 어떤 재료인지, 적절한 영양소가 균형 있게 들어있는지를 구별할 줄 알면 좋다. 그래야 취향에 맞는 메뉴들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무언가를 먹는다 해서 다 잘 먹은 게 아니다. 식당을 가보면 오히려 반찬으로 스팸, 추가로 라면(탄수화물 파티), 튀긴 반찬(굽는 정도가 아니라 기름에 절어져 있는), 것들을 밥과 반찬 메뉴로 준비된 곳이 있다. 입만 즐거운 식사가 있고 몸도 같이 즐거운 식사가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완벽한 만점짜리 식단이 아니다. 나름의 짱구를 굴려서 구축한 "최선을 다한 식단"이다.


간식 먹을 때 마저도 잔머리를 굴려야 한다.







평균적으로 여자는 하체에 지방과 근육이 많다 보니 하체운동을 열심히 하고, 남자는 상체 위주로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잘하는걸 더 잘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잘되면 재능이 있는 거 같고 자신감도 생긴다.

근데 운동편식을 하면 균형이 만들어지지가 않는다.

하체는 엄청 발달했는데 상체는 힘을 못쓰거나,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 모두 불균형이다.


나도 하체에 근육과 지방이 많다 보니 하체만 잘했다. 그러니 균형 잡힌 몸을 만들기 힘들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조금씩 상체기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균형 잡힌 몸의 식사를 하는 중이다.


운동하고 나서 가끔 "맛있게 잘 먹었다!"라는 표현을 한다.

운동도 식사도 균형 잡힌 식단으로 맛있게 잘 먹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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