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그것은 바로 접니다
아침에 졸린 눈을 꿈벅거리며 뜨고 일어나면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나오는 벽에 거울이 붙어있다.
그 거울에서 나를 향해 웃음을 짓는 사람을 마주한다.
낯이 익다.
내 얼굴이다.
문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하루에 두 번 정도는 마주치게 된다.
사실 내가 이 집에 이사를 들어올 때부터
달려 있었던 거울이다.
형태도 마음에 들고 (솔직히 떼어내기 귀찮았다)
달려 있는 위치도 나쁘지 않아서
계속 걸어 두었는데 벌써 4년째 나와 함께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깔 페인트를 발라 주어서
더욱더 내 애정이 묻어가고 중이다.
언제부턴가 내가 거울을 볼 때
무의식 중에 내 얼굴을 보게 되면
거기에는 심술궂어 보이는 인간이 서있었다.
너무 사납고 무섭게 생겨서 “헉.. 이게 나야?”
하고 놀라는 순간이 몇 번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 패턴을 바꿔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거울을 볼 때 2초 이상 눈웃음 + 미소발사" 가 포인트.
중요한 건 너무 빡빡한 조건일 경우 쉽게 지쳐버릴 수 있으니 지킬 수 있는 선에서 가벼운 루틴을 만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집착하는 순간 오래갈 수 없다.
나는 몇 번 마주치지 않는 거울을 볼 때로 정했다.
정말 많아봐야 하루 4~6번 정도다.
바쁘면 아예 안 볼 때도 있다.
근데 눈이 마주치면 예외 없이 웃어야 한다.
이 거울을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 저녁에 자기 전에 한번 보게 된다. 하루에 평균 두 번 정도를 마주한다.
하루 24시간 중에 4초쯤이야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40초도 가능하다.
이 루틴을 벌써 2년 넘게 꾸준히 하고 있다.
일어나면 무조건 이 거울을 보고 웃음을 지어준다.
그리고 몇 마디 낯간지러운 멘트도 날려준다.
예를 들면
“어머, 오늘따라 너무 눈부시네요.” 라던지.
“자고 일어난 모습도 역시 매력 있네요.” 이런 것들.
이런 동화 속 주인공들이나 들을 것 같은 말을
셀프로 해주고 나면.
나는 단순한 인간이라 그런지
기분이 좋아지는 편이다.
그리고 자기 전에도 반드시 인사를 한다.
내 이름을 불러주며
“○○아. 오늘도 너무 고생 많았어. 좋은 꿈 꾸고 잘 자”라고.
이렇게 나한테 해주면 진짜 나름 잘 잔다.
말은 일종의 주문이자 과학이다.
(계속 말하면 어느샌가 나에게 스며들게 되고, 그 말이 곧 내가 되어있는 걸 발견하면 가끔 닭살이 돋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적어 볼 예정이다. ex) 엄마가 나에게 해줬던 말들)
그리고 하나의 더 꿀팁이 있다면
나는 머리 말릴 때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긴 머리 사람들 정말 존경스럽다. 정말.
(머리 말리기 싫어서 시원하게 밀어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그 몇 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웃는 연습을 끼워 넣었다.
이때 컨셉은 마치
“바람을 살랑살랑 맞으면서 트리트먼트 광고를 찍는 것만 같은 느낌”으로 웃어준다.
(이게 진짜 중요한 핵심 포인트다. 진심을 다해서 눈웃음을 지어야 한다. 실시간 생중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나는 웃는 것도 예쁘고 싶은데 머리 말리기는 꼭 해야 한다면 두 개를 합치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었던 게 웃는 연습의 시작이다.
이거야말로 아주 가성비 좋은 습관 아닌가.
생각해 보면
하루 24시간 중에 8시간 자고(못 잘 때가 많다)
8시간 일하는데(더 일할 때가 많다)
나머지 내 시간은 이것저것 하고 나면 몇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시간을 자유 좀 맛보겠다고 유튜브 쇼츠를 보거나 인스타를 보거나 할 때 빼고는 웃을 일이 일도 없다.
사실 그마저도 웃는 게 아니라 '피식- '정도라 코웃음에서 그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는 건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웃는 경우가 일주일에 몇 번도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내 웃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스스로를 아껴줘야 한다. 세상에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랑해 줄 수 있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낳아주신 부모님도 본인만큼 좋아해 줄 순 없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웃는 모습도 좋다.
사람은 교감의 동물이라 상대가 웃으면 같이 웃기도 하고, 표정을 따라 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주변관계가 너무 중요하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내가 웃을 일을 만들어주는 것.
이렇게 연습해 두면 정말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이 나온다.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습관을 만들고
변화하는 나를 발견한 뒤에야 새삼 깨달았다.
예전에는 '표정이 사납다. ''화난 것처럼 보인다.'' 무섭다.' 등등의 말을 들었던 내공 탄탄한 얼굴이다. ( 그땐 정말 많이 상처받았다)
요즘은 웃는 게 예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진짜로)
(얼굴이 예쁜 건 아니라 웃는 모양새라도 열심히 만들어야 내가 스스로 거울 볼 힘이 난다. 가끔 컨디션이 바닥을 칠 때는 거울을 못 본다.)
아무튼
웃는 얼굴을 만들고 싶을 때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1. 거울 볼 때마다 웃어주기 (밖에서 하면 좀 이상하게 볼 수 있다. 장소에 따라서 해야 한다.)
2. 머리 말릴 때 웃는 연습하기 ( '트리트먼트 광고하는 느낌'이 포인트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은 대부분 사실이다.
(내가 상대방 꼭지돌게 잘못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이 없다.)
침을 뱉는 사람은 옳다구나 하고 손절하면 된다.
나는 내 웃는 얼굴이 좋음으로
나는 네 웃는 얼굴이 좋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계속 웃는 연습을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