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시리즈
지난 주말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에서 열리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에 다녀왔다. 평소에 전시회를 즐겨 가는 편은 아니지만, 시험도 끝났겠다 뭐라도 여가생활다운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어서 찾아가게 되었다.
이 전시에서는 까르띠에의 다양한 컬렉션을 비롯해 아카이브 자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포함한 약 300여 점을 선보이고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전시는 시간을 축으로 하여 소재의 변신과 색채, 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까지 세 가지 관점의 챕터로 구성된다. 설명은 더 있지만 그냥 생략하도록 하겠다.
사람들은 대부분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반짝거리는 보석을 좋아하는 것인지, 그들에게 달려 있는 가격표를 좋아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은 보석을 좋아한다고 답할 것이다. 나 역시도 보석을 좋아한다! 반짝반짝 예쁜 보석을 단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전시도 재미있게 보고 왔다.
여러 가지 화려한 티아라와 보석을 보면서 이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기술력이 필요했을까 감탄하기도 했다. 인상깊은 작품들도 몇 있었다!
그러나 이 전시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까르띠에의 보석은 아니었다.
전시 맨 마지막에는 이 전시의 전체를 설명해 주는 영상이 나온다. 나는 당연히 까르띠에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 영상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본 영상의 내용은 많이 달랐다.
전시의 제일 첫 번째 부분에는 다양한 시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시계를 둘러싸고 있는 천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그 천의 질감과 종류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 왜 그 천을 고른 것일까? 에 대한 설명이었다.
또, 전시 내내 수많은 목걸이와 작품들을 받치고 있었던 나무를 고르는 과정이다. 그것들은 어떻게 선택되었으며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가에 관한 설명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전시 중후반 많은 작품들이 돌 구조물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이 돌은 어디서 왔으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온 지금, 나에게는 까르띠에의 작품보다는 이 구조물들이 더 뇌리에 남는다.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그 구조물들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었다면 더 인상깊게 전시를 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의 느낌이 반이다. 어떤 전시든 항상 내가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은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단순히 전시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리고 또 다른 반의 느낌은 '주인공을 살리기 위한 절묘한 완급조절'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전시에 사용된 다양한 구조물들은 엄연히 또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시의 주제는 까르띠에라는 보석이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그 작품을 누구보다 잘 살릴 수 있는 강조에서의 완급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영상을 마지막에 보여 준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전시의 모든 것을 알고 들어가는 것은 답지를 보고 문제를 푸는 것일 수도 있겠다. 문제를 다 풀어 보고, 내 풀이와 답지에서의 풀이는 어떻게 다르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품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까르띠에 전시는 그 자체로 좋았다. 그러나 까르띠에 전시에서 내가 가장 크게 얻은 수확? 이라면 수확은, 전시의 주인공을 위한 구조물들이 지닌 '완급조절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아서 특히 좋았던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