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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May 27. 2024

어바웃 아웃라이어와 회귀식

어바웃 시리즈

난 오늘 심리통계학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소재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ㅜ_ㅜ

통계를 돌릴 때 가장 중요한 건, 이 통계의 전반적인 '경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공부를 많이 할수록 성적이 오를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상정해 보자. 이때 공부는 x축의 변수, 성적은 y축의 변수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50명의 학생들을 모아 각 학생의 공부 시간과 성적을 수집해 보았다.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49명의 학생은 이러한 경향을 보였는데 단 한 명이 학생만 요상한 데이터를 나타낸다.

만약 이 때 50개의 데이터를 아무 생각 없이 통계를 돌리는 데 쓴다면? 사실 마지막 학생은 정상적인 경향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아웃라이어'였다. 그런데 이 학생의 데이터를 집어넣음으로써 전체적인 경향이 손상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처럼 아웃라이어는 다른 데이터들과 너무나도 구분되는 결괏값을 나타내는 요소로, 제대로 된 통계를 돌리고 싶다면 대부분의 경우 일정한 기준에 따라 아웃라이어를 제하고 통계를 돌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이렇게 해야 더 정확한 경향을 나타내는 회귀직선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통계적인 관점에서 아웃라이어는 제해야 하는 수치가 맞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에서 아웃라이어는 아름다운 회귀선을 만들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요소가 맞는가?

내가 느낀 인생에서의 아웃라이어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내가 항상 잘해 왔고, 익숙하며, 평소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익숙한 길은 통계적으로 깔끔하고 유의미한 회귀식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때로 인생에 있는 아웃라이어는 우리의 회귀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이때 아웃라이어는 평균에서 멀면 멀수록 강하다.



우리는 인생에서 한 번쯤은 아웃라이어를 맞닥뜨리게 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일을 경험하게 되면서, 책을 읽게 되면서 등 그 아웃라이어가 우리의 인생에 다가오는 형태와 방식은 다를지라도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학


나에게는 수학이 아웃라이어였다고 한다면 좀 웃길 수도 있지만, 정말로 수학은 내게 아웃라이어 같은 존재다.

공부를 오랜 시간 하면 자연스레 성적이 잘 나왔던 다른 과목과는 달리 그 성과도! 시간에 비한 노력도! 저 쪽 어딘가에 가 있어서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나를 울게 만들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내가 수학 머리가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중학교 때도 수학을 제일 잘 하는 건 아니었어도 곧잘 했고, 중학교 때만 하더라도 수능 수학은 가, 나형으로 나뉘어져 있었기에 별 절박함을 느끼지 않았던 것도 있었는데

전교생 200명 중 이과가 150여 명인 학교에서의 내신 경쟁은 생각보다 더 치열했고, 이 와중에 수능 수학은 통합이 되어 버리면서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되어 버렸다...ㅎ_ㅎ

내가 하던 대로 하면 되었던 이전의 회귀식과는 달리, 수학은 아무리 해도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못하는 과목이었다. 2학년 때의 어느 날, 수학 시험을 친 후에 답안을 확인해보니 예상보다 점수가 너무 낮자 이제는 수학 문제를 풀기도 무섭다며 기숙사 화장실에 콕 박혀서 오열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그렇다면 이 아웃라이어는 내 회귀선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라고 하면, 어지간한 노력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수시에 올인한 학생이었으므로 수학 문제를 이해하는 것 대신 우선 선생님이 언급하신 문제, 자습서, 참고자료의 모든 문제를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변해도 큰 틀은 변하지 않으니 유형을 우선 외워두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이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지만 덕분에 나는 수학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적당히 열심히 하면 되던 이전과는 다르게 '적당히' 정도로는 되지 않는다는 이상치가 된 수학이라는 아웃라이어는 내가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나름의 깨달음을 준? 존재다.

시지프 신화



이제는 말을 하기도 입이 아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지프 신화는 내 사고방식에 있어 여러 의미로 아웃라이어가 되었다.

'어바웃 끝과 쉼'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늘 '끝'에 주안점을 두고 달렸던 사람이었다. 이번 중간고사만 끝나면 되니까, 이번 학년만 끝나면 되니까, 이번 입시만 끝나면 되니까 등 끝이 오면 새로운 파라다이스가 펼쳐질 것 같았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근심들은 모두 부질없는 걱정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살았다.

그 점이 가장 힘들었다. 왜냐하면 중간고사가 끝나면 얼마 후 기말고사가 기다리고 있었고, 이번 학년이 끝나면 다음 학년이 기다리고 있었고, 입시가 끝나니 또 다른 형태의 대학에서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의 끝 이후의 잠깐의 휴식을 파라다이스로 여기며 희망을 품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상황이었다.

내가 이해하는 시지프 신화에서는 '끝'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시지프는 제우스로부터 받은 형벌로 인해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산 정상으로 돌을 굴리고자 아등바등한다. 그렇게 산 정상에 올려놓은 돌도 곧 다시 산 밑으로 떨어진다. 이 끝없는 고통과 형벌의 시간에 대해 카뮈는 반항을 주장한다.

더 이상 형벌이 되지 않는 방법, 그것은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 끝 아니면 고통이라는 이분법적 회귀선을 그려 온 나에게 시지프 신화에서의 태도는 나에게 뚜렷한 아웃라이어로 다가왔다. 끝 후의 파라다이스를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긴다면 어떨까?

이 신화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인데, 이 신화를 읽은 후로 확실히 끝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와 이로 인한 실망에서는 한층 벗어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


사실 위에 쓴 것들은 아주 피상적인 아웃라이어였다면, 지금까지의 삶 중에서 나에게 큰 충격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안겨 준 아웃라이어들은 꽤 많다. 그러나 그건 너무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아까 보았던 사진으로 되돌아온다. 사실 말만 아웃라이어지 이미 사람들은 이를 '전환점' '터닝포인트' 등등으로 이야기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아웃라이어를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이제까지 본인이 그려 왔던 회귀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그러나 인생에서의 아웃라이어는 통계치를 돌릴 때처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아웃라이어에 대한 내 나름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바람직한 아웃라이어를 맞닥뜨렸을 때

정말 닮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신선한 충격을 주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가 여기에 해당할 것 같다. 이때는 그 아웃라이어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 지금 당장은 바람직하지 못한 아웃라이어를 맞닥뜨렸을 때

아쉽게 된 거지... 라고 생각은 하지만 체념하지 않고 아웃라이어를 상쇄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되면 내가 그리던 최상의 예쁜 회귀식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괜찮은 회귀식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썼지만 요즘 내가 심리통계학 수업에서 멍을 때리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관계로 오개념이 존재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존재하지만 ㅎ_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라이어의 개념을 잠깐 빌려 보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우리의 삶에서 한 번쯤은 아웃라이어를 맞닥뜨리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우리의 인생의 모습이라는 회귀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지금 당장 보았을 때에도 바람직한 아웃라이어일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바람직한 아웃라이어라면 새로운 회귀식의 방향으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바람직하지 않은 아웃라이어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 방어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실 어떤 아웃라이어가 등장하든 나만의 꾸준한 회귀식을 만들어 나가야 좋든 나쁘든 어떤 아웃라이어가 다가왔을 때 속절없이 흔들리지 않고 적당히 취할 수 있는 회귀식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 회귀식은 어떤 경향을 띠고 있을까? 그리고 미래의 나는 몇 번의 아웃라이어를 만나 어떤 회귀식을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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