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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백문이 불여일견

어바웃 시리즈 2

by 싱가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아는 만큼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해야 할 때, 다양한 재료들의 정체와 그 쓰임을 잘 알고 있다면 손쉽게 다양한 요리를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는 만큼 같은 것을 더 깊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단순히 그림 옆에 쓰여 있는 설명만 읽고 아는 것보다 이 화가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종류의 다른 작품들이 있고 화풍은 무엇인지 등을 안다면 더 깊은 감흥을 느낄 확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건 ’앎‘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 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는 문장과의 연결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 듣는 것이 보는 것만 못하다

백 번을 듣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다. 물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백 번 들은 사람보다는 물고기를 직접 보는 것이 더 낫다! 는 요지의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말은 ‘아는 만큼 보인다’의 두 번째 의미와 더 근접한 것처럼 보인다. 같은 것을 알더라도 그 깊이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말도 앎이라는 주제 속에서도 그 깊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비행기에서 오열쑈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폭싹 속았수다> 라는 드라마인데, 개인적으로 한 드라마를 끝까지 보기 힘든 나조차도 오열쇼를 펼치게 하며 보게 만든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아무튼


이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한 개인과 그 가족의 일생을 조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부모와 자녀, 애인, 가족 등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보여 준다. 이 드라마를 본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고 하는데, 나는 특히 눈물이 나는 몇 가지 장면이 있었다.


바로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잘 보여 주는 장면에서였다. 특히 자녀의 입장에서 바라본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나타내는 장면이 너무! 잘 다가왔다. 부모에게 고마운 마음을 고맙다고 표현하지 못하고 툴툴거리는 자녀의 모습, 다른 사람에게는 섬세하고 다정하게 대할 수 있으면서 부모에게는 다정하지 못한 모습만 내비치는 자녀의 모습 등이 있었다. 이 장면에서 나의 모습을 겹쳐 보면서 더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 장면들이 드라마에서 제일 인상깊은 순간임!


반대로 그만큼의 감흥은 없었던 장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부모와 자녀 ..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는 말하지 않겠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마음 아픈 순간들 / 행복했던 순간들 등 다른 사람들이 감동적이라고 하는 많은 장면들을 봤는데

어떤 포인트에서 감동적이라는지는 대충 알겠지만 그게 그만큼 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런 장면에서 딱히 눈물은 안 났습니다 ..


그러다가 이 드라마를 같이 열심히 보고 있는 엄마한테 이 이야기를 하게 됐다. 엄마는 이런 나의 경험에 대해 ‘그 입장으로서 상황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감흥이 덜한 건 당연한 일 아닐까‘ 라는 말을 해 주었는데, 이게 이번 백문이 불여일견 을 생각한 시작점이 되었다.


백 번 듣는 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이걸 좀 더 응용해본다면 백 번 보는 건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만 못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눈과 귀를 사용해 수많은 콘텐츠를 접하고,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 방법을 통한 앎의 의미를 부정하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화면을 보고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또 확연히 다를 것이다. 부모가 되지 않고 부모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는 힘들고, 그 장소에 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장소에서의 감정을 온전히 만들어내는 것은 힘들다. 시간과 공간 등의 한계로 우리는 대부분의 것을 봄으로써 앎에 다가가곤 하지만, 비로소 경험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경험해 봐야만 한다는 것도 아니고,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 아무 말 하지 말라는 뜻도 아니지만 .. 적어도 경험을 하게 된다면 이전보다는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앎의 형태는 능숙함의 정도로 공감의 수준으로 포용력의 크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


좀 더 숙련된 사람이 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 보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은 나에게 더 나아가 백견이 불여일경 ?? 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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